이제는 아빠의 눈으로 명절을 그립니다.

완전체의 하루가 지나간 자리.

by 글터지기

독립한 아이들이 다녀간 집은 조용합니다.


집에 명절음식을 준비하는 게 아니니까

아이들이 온다고 하면 몇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 아이템을 포장해 오곤 하지요.


명절 당일에는 문을 여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찾아 돌아다녀 보니

휴일에도 일하시는 자영업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덕분에 '김치찜'을 몇 인분 포장해 와서

가족 모두가 모인 완전체로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거의 1년 만에 모인 자리입니다.

거실 한편에는 딸아이 고등학교 졸업 당시

스튜디오에 들러 찍어둔 가족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아이들도 이제 성인이 돼서

커피 한 잔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면

'내가 정말 착한 아이들을 키웠구나'싶어 집니다.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요리 전문학원에

2년을 다니면서 등록금을 내주었을 뿐,

생활비는 알바를 병행하면서 졸업했습니다.


딸은 대학 4년 대부분을 장학금으로 다니고,

기숙사 비용 정도만 내주었으니

공짜로 키운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흘렀는지,

이제는 각자의 삶을 살면서

명절이면 함께 웃음을 나누는 완전체가 되었습니다.


어제까지 시끌벅적하던 풍경이

이제는 또 조용한 일상으로 다가왔습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가 허전하다가 보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기억이

이제 제 삶의 풍경이 된 거라고.


지금까지 명절마다 제가 아이 입장에서

세상 풍경을 보았다면,

이제는 아빠 입장에서 세상 풍경이 보입니다.


흰머리 소년은 아이들이 다시 갈 때면

아이들이 건네는 용돈 봉투에 한마디 하십니다.


"내가 너희 차비를 줘야 하는 데 이게 다 뭐냐"

그리곤, 소심한 눈물을 훔치십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는 결국 비슷한 마음입니다.

주고 싶다가도, 받으면 미안하고,

보내고 나면 허전하 그 마음.


이제는 저도 그 마음으로 명절을 보냅니다.


아이들의 온기가 오래 남은 자리,

흰머리 소년의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자리,

그리고 제가 앉은 이 서재의 자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오늘.

잠시 고요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하려던 일을 차분히 시작해 보려 합니다.

가족은 언제나 따뜻한 사랑을 남깁니다.


행복하고 소중한 오늘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따뜻한 화요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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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이것들이 봉투는 흰머리 소년께만 드리고 갔습니다.

아빠 계좌 번호는 아직 묻지도 았았습니다.

괘씸한 놈들 가트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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