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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 소년 : 우리가 부자 관계여서일까?

어디 가서 그러지 마시라고요 ㅋㅋ

by 글터지기

흰머리 소년과 오래 함께 살다 보니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왕왕 생기지만

대체로 마음을 나누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흰머리 소년의 개인주의적 성향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약간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식탁에 반찬을 차려 놓고 있으면

본인의 수저만 딱 챙겨 와서 자리에 앉습니다.

밥을 뜨러 가시면 본인 밥만 뜨고 밥솥을 닫으시고,

도시락김 두 개를 올려두면

두 개 중 정말 하나만 본인 것 이라며 개봉해 드십니다.

반찬 여러 개를 꺼내놓으면

또 묘하게 본인 드실 반찬 통만 열어놓고 드십니다.


이해가 되지 않아 여쭤 본 일이 있습니다.


"아버지, 같이 열어두고 가져다 두면 되는데,

왜 아버지 것만 그렇게 갖다 놓으세요?"


"내 것 만 챙기면 되지,

넌 네가 알아서 챙기면 되잖아."


"다른 아버지들은

'너 많이 먹어라'하는 게 정상이잖아요?"


"응.. 너 많이 먹어"

이쯤 하면 웃다가 쓰러집니다. 하하하


이해가 안 가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익숙한 습관이라 상관없지만

가끔 잔소리는 합니다.


"아버지, 다른 데 가서 이러시면 안 돼요."


이상한 건, 반찬을 만드시건,

식사 준비를 하시건 다 같이 먹을 거라며

준비하시는데 왜 유독 드시는 것에만 그럴까.

참 고칠 수도 없는 습관입니다.


ChatGPT Image 2025년 11월 22일 오후 08_07_47.png


오늘은 퇴근해서 들어서는데,

집이 조용합니다. 주무시나 싶어서

흰머리 소년 방을 보니 안 계십니다.

안마의자에 쏙 들어가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ㅋㅋ


"아버지, 안마의자 별로라면서요? ㅎㅎ"


"귤 사다 놨다. 식탁 위에 봐라."

대답은 동문서답이십니다.

오늘은 집에 귤이 풍년입니다~~


KakaoTalk_20251122_200507268.jpg


흰머리 소년의 이런 습관이 이해되지는 않지만,

혹시 이런 게 부자간이여서일까 싶어 집니다.

정겨운 소리가 오가는 일 없고,

그저 각자 해야 할 일을 챙기는 건 아닐까.

모녀 관계라면 달라졌을까?


하기야 사랑이 내 기준으로 찾아 올리 없고,

그 사람의 방식으로 오더라도 결국 사랑입니다.


오늘 귤 한 봉지처럼

그저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게 사랑일 겁니다.


그래도 억울해서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아버지, 진짜 다른 데 가서

그러시면 정말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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