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사랑의 언어

배터리를 교체하며 만난 부부의 사랑

by 글터지기

1톤 화물차를 운행해서 납품하며 사는 일은

계절 따라 해야 할 일도 있기 마련입니다.

2년에 한 번은 배터리를 갈아야 하고,

때가 되면 엔진오일도 갈아 줘야 합니다.


오늘 오전 배송만 있는 날이기도 해서,

단골 배터리 전문 정비소에 들렀습니다.


공교롭게도 점심 식사 시간이었지요.

식사 중이라고 문이 닫혀있으면

내일 와야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사장님이 계시더군요.


컨테이너 같은 창고에서

아내와 식사 중이셨는지, 식사하다 말고

배터리를 교환해 주시러 나왔습니다.


"식사하시고 갈아주셔도 됩니다."


"에이.. 금방 갈고 먹으면 되죠.

얼른 갈아 드릴 테니까 커피 한 잔 하세요."


커피를 뽑으러 컨테이너에 들어갔는데

아내분께서 차려오신 된장찌개와

각종 반찬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고,

두 분이 식사하던 정경이 그려졌습니다.

고소한 된장찌개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마침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지요.

아내분은

'아이고 비 오는데.. 모자라도 쓰지..' 하시며

안절부절 밖을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제가 괜히 식사시간에 와서.."


"아이고.. 우리야 찾아 주신 것만으로 도 고맙지요"


끝내 식탁을 그대로 놓으시고,

우산을 받쳐 들고 작업하시는 차량 옆으로 갑니다.


아내는 한 손으로 우산을 받쳐 들고,

남편은 비를 맞지 않도록 몸을 기울입니다.

빗소리와 함께 두 분의 호흡이 묘하게 어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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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사랑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내가 차려온 밥상이 중요하다고 우기지 않고,

비 오는데 비 맞지 말라고 타박하지 않고,

자리에 함께 서서 서로를 살피는 일.


제가 글로 쓰기 어려운 게 '사랑'이었습니다.

삶에서도, 글에서도 '실패'가 떠오르는 감정.


오늘, 비 오는 차량 정비소 앞에서

사랑의 다른 모양을 또 하나 배웠습니다.


부부의 표정에는 웃음과 행복이 있었습니다.


물이 넘쳐 아래로 흐르듯이

서로의 따뜻함이 고스란히 넘쳐

찾아온 손님인 제게도 스며든 순간입니다.


이런 마음이 사랑이라면,

내가 꿈꾸는 삶도 이런 사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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