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랭클린 플래너를 선물 받고
연 중에는 참 많은 특별한 '날'이 있습니다.
'화이트데이', '삼겹살데이', '빼빼로데이' 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게 적을 수 있습니다.
저는 어떤 날도 특별하지 않게 여깁니다.
지금 만나는 '마음지기'와도
이런 날들을 챙기느라 에너지를 쓰지 말자고 했고,
각자의 '생일' 하루만 의미 있게 지내기로요.
사실 저는 제 생일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고생한 날이지,
제가 뭐 한 게 있다고 호들갑인가 싶어서지요.
각종 SNS에 생일 표시 기능을 오래전부터
꺼놓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알아줄 일도 없습니다.
생일 선물이라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보기에 화려하고 좋은 것보다는
상대가 평소 원하던 것을 건네는 것.
그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합니다.
그런데 올해 받은 선물은 조금 특별합니다.
저는 그녀가 원하는 '선글라스'를 선물했고,
그녀는 제게 '플랭클린 플래너'를 선물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 온 일 중
가장 큰 후회로 남는 건 '기록의 소멸'입니다.
몇 년간 써왔던 플래너도 이사를 하면서
굳이 다시 보지 않을 거라며 정리했습니다.
그 후로는 그저 작은 노트에 그날의 일과나
해야 할 목록, 사적인 메모를 담아 왔습니다.
워낙 여기저기 흩어진 기록들이라
필요할 때에는 찾지 못하고,
그저 습관처럼 적고 잊어버리는 일상이었습니다.
일상을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하루하루 정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뭔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선택한 게 '플래너'입니다.
생일 선물로 이걸 해달라고 했는데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손에 넣게 됐습니다.
플래너를 펼쳐 들고 있으니
마치 오래 잊고 지냈던
'나만의 자리'로 다시 돌아온 느낌입니다.
그동안 흩어져 사라진 기록들,
그 안에 담겨 있던 작은 기쁨과 후회,
깨달음과 다짐들까지
모두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차오릅니다.
이제는 하루를 기록하는 일이
그저 일정 관리가 아니라
열심히 살아낸 하루를
조용히 마음을 쓰다듬는 일이 될 겁니다.
마음지기가 건넨 이 플래너는
그저 생일 선물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가라는
따뜻한 격려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이 한 권에 모든 걸 정리하며 살겠습니다.
누군가 말했다지요.
그 각오처럼,
저도 하루를 더 진심으로 살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