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흥망을 점칠 수 있는 시간

충주 호암동 'The-화로'

by 글터지기

"6개월"


어떤 종류의 신규 사업이든

개업을 하면 흥망을 가늠할 수 있는 관찰의 시간.


최근 유난히 새로 개업하는 음식점이 늘고,

그보다 더 많은 곳이 폐업을 해서

곳곳 매장들은 '임대 문의' 푯말을 붙이고 있습니다.


이사하기 전 살던 아파트 건너편에는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입주가 되기 전에 듬성듬성

음식점이 하나씩 생겨갈 때

우연히 들렸던 고깃집이 'The-화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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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개업 초기라 사람들도 많지 않았는데

고기 품질이 다른 곳에서 먹던 것보다 좋았고,

사장님은 친절하고 밑반찬도 정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삼겹살에 소주를 한 잔 하면

된장찌개보다 '라면'을 선호하긴 했었는데

이곳에는 '한강 라면' 기계가 설치돼 있어서

이사하기 전에는 자주 가던 저만의 맛집이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는 분들께 제가 한 말이 있습니다.


"이런 메뉴와 정성이 변함없이 6개월을 간다면

분명히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대박일 거다"


어디든 처음 개업할 때에는 정성 가득하고

고기나 음식의 질이 뛰어나지만

손님이 많지 않으면 점점 맛과 정성이 변질되고,

반대로 손님이 많으면 일하는 분들이 지쳐서

처음의 친절을 잊어 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6개월 동안 지켜보면

정말 잘 될 집인지 아닌지 감을 잡습니다.


지난주 연말 송년회 모임 자리가 마침

이곳 'The-화로'로 정해져서

예약까지 하고 찾았습니다.


저야 사장님을 잘 알아보지만

사장님이야 많은 손님을 보실 테니

저를 알아보지 못할 거라 예상했는데

처음부터 사장님이 반갑다며 맞아 주십니다.


조용히 '구워 먹는 치즈'를 서비스로

올려주시곤 시크하게 일하러 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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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유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집 고기는 다른 집과 달리

같은 가격인데도 푸짐하고 맛깔납니다.

사장님의 유통 노하우가 있으시겠지요.


그래서인지,

좌석 테이블은 손님으로 가득해서

예약 없이 오신 분들 중 늦게 오신 분들은

자리가 없어서 되돌아 가시는 분도 있더군요.


제가 이 집에 처음 온 지 1년 반 정도

지났는데도 음식의 정성은 여전하고

사장님의 마음도 여전합니다.


왠지, '나만의 숨은 맛집'을 이제

모두가 아는 맛집이 된

서운함(?)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맛집을 소개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시간 앞에서 변하지 않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지
기록해 두고 싶어서 남깁니다.


사장님은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인지 모르십니다.
알았다고 해서 달라질 서비스도 아니었을 겁니다.


그저 손님이 많지 않던 시절부터
꾸준히 찾아와 주던 얼굴 하나를 기억해 주는 마음,
그 마음이 6개월을 지나 1년 반을 건너서도
그대로 남아 있었을 뿐입니다.


장사든, 관계든, 삶이든
결국 남는 건 기술이나 유행이 아니라
처음의 태도를 얼마나 오래 지켜냈는가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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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화로’는 제게
그 처음의 마음을 확인해 준 공간으로 남습니다.


아마 다음에 다시 이 동네를 찾게 되면

꼭 다시 들러 그 처음의 마음을 맛봐야겠습니다.


*에필로그

어떠한 협찬 없이 내돈내산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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