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티가 안나요. ㅋㅋ
작정하고 쉰 날인데, 이상하게 더 피곤합니다.
배송 일을 마치고 나면
창고에 재고가 있는 품목들은
다음 날 납품 준비를 미리 해 두어야 합니다.
토요일에는 월요일 물건까지 챙겨야 하고요.
그런데 토요일만 되면 꾀가 납니다.
'일요일에 잠깐 나와서 하지 뭐.'
이 한 문장이 퇴근길 내내 머릿속을 맴돕니다.
어제는 그 유혹을 꾹 참고,
조금 늦게 퇴근하더라도
일요일에 다시 창고에 나오지 않겠다고
미리 모든 준비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아주 제대로 쉬어보겠다는 작정이었지요.
그래서 새벽부터
늘 하고 싶었던 대로 글을 세 편 쓰고,
아침을 먹고,
요즘 이슈라는 ‘아바타 3’를 관람했습니다.
이쯤 되면 완벽한 휴식 코스 아닌가요.
(100만 년 만의 여유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가만히 방을 바라보니
이번엔 책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연말이 되기 전에 정리해야지,
미루고 미루던 그 책장 말입니다.
내친김에 시작했습니다.
아주 오래된 책,
다시 쓸 일 없는 문구류를 꺼내
여러 박스를 분리수거로 보내고,
오래된 책장 하나는 과감하게 폐기 처리했습니다.
작업 전후 사진을 찍어
뿌듯함을 느껴볼 요량이었는데,
정리를 마치고 한 발짝 물러서서 보니
이상하게도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입니다.
분명 한참을 치웠고,
몸은 확실히 피곤한데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고작 달라진 건
화상 미팅용 테이블 하나 생겼다는 것,
책상을 조금 더 넓게 쓸 수 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 순간 문득,
'집안일은 해도 해도 티가 안 난다”던
주부들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애써도
그 수고가 당연한 일처럼 지나가고,
보이지 않는 정리와 준비는
늘 평가 밖에 남아 있지요.
그래서 오늘이 유난히 피곤한가 봅니다.
쉰다고 쉬었는데,
결국 또 하루를 단정하게 정리해 두고 말았으니까요.
그래도 뭐,
덕분에 내일의 저는
조금 덜 귀찮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지요.
그 정도면,
이 피곤함도 충분히 값진 휴식 아니겠습니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