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글을 음성 입력으로 하는 잔꾀라니
새해를 시작한 지도 벌써 보름입니다.
시간은 늘 한 걸음 앞서가고,
저는 그 뒤를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호기롭게 시작한 『토지』,
『총·균·쇠』 완독 챌린지는
다행히도 그럭저럭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틀 전에는 배드민턴 동호회에 다시 가입했지요.
그깟 이틀 운동했다고 새벽에 온몸이 쑤셔서
일어나지조차 못했습니다.
사실 오늘 새벽에 눈을 뜨면
『토지』 완독 챌린지 보름 만에 1권을
완독했다는 이야기를 남기려는 마음을 품고
어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벌써 네 번째 다시 읽는 책이지만,
이번에 읽는 소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는 장면이 다르고,
스쳐 지나갔던 등장인물들의 첫 등장 장면이
이제는 유난히 다르게 마음에 남습니다.
왜 이렇게 다르게 읽히는 걸까,
한참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저만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번에는 '쓰는 사람의 마음'으로
책을 뜯어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저 독자일 뿐일 때는
이야기와 사건 전개를 따라가며
드라마를 시청하듯 흘려 읽어 내려갔다면,
지금은 꼴에 글을 좀 쓰고 있다고 건방이 들어서
등장인물 표정과 숨은 의미까지 들여다봅니다.
각 인물마다 왜 이 장면에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이 말 뒤에는 어떤 마음이 숨겨져 있을까.
질문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스며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가 서희도 되었다가,
월선이도 됐다가, 강청댁이 되고,
치수가 되었다가 용이가 되는 날도 있습니다.
이 경험이 그전과는 다른 설렘이겠지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챌린지에 참여한 데에는
'나는 이미 다 읽어봤다'는 어설픈 우쭐함이
섞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읽고 보니,
그 생각은 어림없는 착각이었습니다.
오늘부터는 2권을 읽기 시작합니다.
아마 남아 있는 19권도 모두
지금과는 또 다른 얼굴로 다가올 겁니다.
결국 달라진 건 책이 아니라
책을 대하는 제 마음과 자세가였던 셈입니다.
문득 이런 질문도 따라옵니다.
독서의 태도는 이렇게 달라졌는데,
내 생활의 태도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미라클 모닝을 꾸준히 실천한다고 말하면서도
오늘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도 미라클 주니 단톡방에서는
찰진 덕담과 유쾌한 응원이 오갔습니다.
매일의 에너지가 100% 일 수는 없습니다.
어떤 날은 10%에 불과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이 모임이 제게 남다른 이유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글을 쓰지 못한 채 출근을 했고,
지금은 배송 중간중간 운전석에서
음성 입력으로 이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딱 20분이 소요되더군요.
그 글을 가감 없이 그대로 발행했고,
이제 퇴근 다시 그 글 앞에 앉아
차분히 문장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분명, 오늘 아침 쓰지 못한 건 실패일 겁니다.
하지만 음성 입력으로 글을 발행해 보는 연습은
어쩌면 제게 용기일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다시 돌아와 시작하는 연습도 용기,
음성 입력 연습도 용기,
실패한 날 뻔뻔하고 태연하게
글을 발행하는 일 또한 저 나름의 용기입니다.
아마 평생 완벽해질 리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글을 쓰고 마음을 담는 순간부터
용기는 조금씩 생활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연습을 충실히 한 셈 치겠습니다.
*에필로그
아침에 음성 입력으로 발행한 글을 첨부합니다.
https://blog.naver.com/jdj0934/224147293922
글을 쓰는 순간부터 용기는 조금씩 생활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