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숨길 수 없는 설렘, 드디어 내일
드디어 내일입니다.
흰머리 소년께서 캐나다에 있는 딸,
'말로만 효녀'를 만나러 가는 날이지요.
손녀인 '우리 집 저승사자'도
출발을 위해 오늘 저녁 집으로 옵니다.
캐리어도 어느 정도 싸 두었고,
챙겨가야 할 필수 약품이나 물건은
챙겨 두었기 때문에 준비는 모두 된 셈입니다.
기온이 한 주 내내 추운 날씨가 예상되어
입고 갈 패딩이나 옷가지, 장갑 등을 챙겼습니다.
흰머리 소년과 함께 생활한 지 꽤 오래됐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있으신 시간은
동생이 캐나다로 이민 간 후에는 처음입니다.
일상이 지지고 볶는 생활이라 가끔은
혼자 생활하는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
이런 날이 다가오니 생각보다 마음이 분주합니다.
이 시간은 제가 종이책 '퇴고'에 집중하겠노라,
밀려 있던 운동과 생활리듬을 찾겠노라
스스로에게 다짐해 둔 시간이기도 합니다.
분주한 일정으로 미루어 두었던 문장을
하나씩 다시 들여다보고,
지워야 할 말과 남겨야 할 마음을 구분해 보고,
차마 마주하지 못했던 문장들과 정면으로
마주 앉아볼 작정의 시간입니다.
할아버지께 효녀인 손녀 덕분에
소원이던 딸과 손주들을 보러 떠나는 길.
짐을 싸는 손은 아직 이 집에 있는데,
마음은 벌써 캐나다의 어느 거실에
도착해 있는 듯합니다.
굳이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많은 것을
꾸역꾸역 캐리어에 담습니다.
옷보다 마음이 많고,
물건보다 걱정이 많아서
공간이 남아도 손이 멈춰지지 않는 마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다는 핑계 뒤에는
보고 싶은 마음,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겹겹이 접혀 들어가 있습니다.
이 집에 남는 저는 비워진 시간을
제 자리의 일을 해보려 합니다.
문장을 고치고,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흐트러짐 없는 하루하루를 쌓아 가는 일.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내는 것이
흰머리 소년 여행의 또 다른 의미가 될 겁니다.
이미 마음은 캐나다에 도착해 있고,
몸은 곧 따라갈 테지요.
그 사이 시간만큼은
기대와 설렘이 집안 곳곳을 채울 겁니다.
방금도 흰머리 소년께서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시고
티브이를 켰다 껐다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