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소년 캐리어에 담긴 건
이제 다음 주면 흰머리 소년께서
캐나다의 '말로만 효녀'(여동생)를 만나러 갑니다.
손녀인 '우리 집 저승사자'가
방학인 틈을 이용해서 모시고 가는 거죠.
여기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예매하고,
가야 할 캐리어를 싸고, 가서 쓰실
달러를 환전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퇴근해 보니
감기약(?)이 10세트는 사 오셨고,
30년 이상 전통의 '대기업 맛'인
'코인 육수'도 사 오셨습니다.
"아버지, 감기약은 뭘 이렇게 많이 샀어요?"
"내가 혹시 몰라 비상약으로 샀지..."
말꼬리를 흐리십니다.
"내가 거기 가서 괜찮으면 주고 오면 되고.."
"캐나다에는 약국이 없대요?"
이쯤 되면 방으로 그냥 들어가십니다.
그리곤 봉투를 하나 주십니다.
환전을 해오라는 거지요.
"친구와 작은 아버지가 드린
캐나다 달러가 400달러인데 더 필요해요?"
"그건 애들 용돈 주고
내가 쓰려면 또 그만큼 필요하지 않겠냐?"
"캐나다에서 우리 선물 잔뜩 사 오시려고?"
"캐나다에서 사 올 건 없대. 국산이 좋다고.."
"그럼? 거기 가서도 마실 나가서
감자 건 고구마 건 박스로 사다가 쟁이실라고?"
옥신각신 끝에 200달러만 환전하기로 했습니다.
캐리어에 가지고 간다는 물건을 싸다 보니
흰머리 소년 옷 한 벌 들어가니
더 이상 들어갈 데가 없습니다.
그래도 뭘 더 싸갈 게 없는지
여기저기를 둘러보십니다.
"아버지, 티브이, 냉장고는 안 가져가세요? ㅎ"
"그런 건 걔네도 다 있지.." 하며 웃으십니다.
"그럼 이 캐리어에 다 싼 건
걔네한테 없어서 싼 거고요? ㅋㅋㅋ"
뭐라도 하나 더 가져다주고 싶으신가 봅니다.
캐리어가 제법 큰 건데도 그렇습니다.
기어이 '전장 김'을 포장하고,
동생네 주고 올 감기약도 종류별로 넣었습니다.
하기야 캐리어에 가득 담겼다고 해봐야
가져다줄 '물건' 이겠지만,
흰머리 소년의 마음을 다 담지는 못했을 겁니다.
벌써 캐나다에 있는 손주들 볼 수 있다고
싱글벙글이 된 얼굴을 보니
어찌 떨어져 사셨을까 싶어 마음이 찡합니다.
"아버지! 혹시 빠뜨린 '사랑'은 더 없으시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