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화물차 조수석엔 '애인'이 탑니다.

콩나물 신세가 나보다 낫다

by 글터지기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졌습니다.


이렇게 기온이 뚝 떨어지면, 화물차 조수석에는

늘 저만의 '애인'이 함께 탑니다.


바로 '콩나물'입니다.


신선식품 배송용 화물차는 냉장·냉동

설계가 되어 있어 한여름에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겨울입니다.

차는 차갑게 만드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따뜻하게 하는 데에는 전혀 소질이 없습니다.


난방 설계가 없기 때문이지요.

이럴 때 콩나물 같은 나물류는

냉장실에서도 쉽게 얼어버립니다.

한 번 얼면 납품은커녕, 그대로 폐기 처분입니다.


새벽 6시 30분부터 물건을 적재하고 출발하면,

첫 납품지는 대략 오전 9시쯤 도착합니다.


그 시간 동안 냉장실은

영하의 공기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나니,

답은 분명해졌습니다.


겨울철 콩나물은 냉장칸이 아니라

운전석 옆, 조수석에 태워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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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럼 너무 따뜻해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실제 배송 현장은

늘 시동을 켜 두는 환경이 아닙니다.


정차와 출발을 반복하다 보면

실내 온도는 7도 이하로 유지됩니다.


얼지 않으면서도 신선함을 지키기에

딱 알맞은 온도지요.


제품이 얼지 않게,

그렇다고 숨이 죽지도 않게 지켜내는 것.

그것이 배송 노동자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새벽 어스름 속에서 물건을 싣다 보면,

조수석에 곱게 앉은 콩나물을 보며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야, 콩나물이 나보다 신세가 더 좋네.'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조치해야 할 것들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여름엔 더위를, 겨울엔 추위를 관리하는 일.


배송 노동자의 하루는

물건을 옮기는 시간을 넘어,

온도와 계절을 함께 나르는 일상입니다.


오늘도 조수석에 작은 생명을 태우고,

무사히 하루를 출발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