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하고 적막한 시간
흰머리 소년께서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캐나다에 도착하셨다는 소식을 방금 받았습니다.
어제 17:20분 캐나다 항공편으로 출국한
흰머리 소년과 우리 집 저승사자는
오늘 04:09분에 '말로만 효녀'를 만났습니다.
출국하기 직전에 eTA라는 걸 신청해야 한다고
한바탕 난리 법석을 떨기는 했지만
다행히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이제는 편안합니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버스는 좌석이 편안한지,
예약한 항공편의 '프리미엄 좌석'은
오래 앉아 가기 조금은 더 좋은 편인지
떠나보낸 뒤에도 이런저런 걱정이 맴돌았습니다.
거기다가 '우리 집 저승사자(딸)'은
지난달 인대 파열 수술을 한 후유증으로
아직도 다리가 부어 있어서
무거운 짐들을 챙기면서 할아버지까지
살피며 여행을 시작했으니 마음이 더 쓰였습니다.
캐나다에서 가져오라고 한 물건들과
가져다주고 싶은 갖가지 물건들을
싸고 또 싸다 보니 캐리어는 결국 두 개,
드셔야 할 약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두 군데에 나눠 넣자며 옥신각신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은 번거롭고 지난한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공항버스와 캐나다 항공편의 좌석은
발을 다 펴고 탑승할 수 있었고,
연세가 있는 분이고 지팡이를 짚고 있으니
항공사 측에서 가장 먼저 안내하는 등
세심한 배려해 주었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참 고마우신 분들 투성입니다.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 준비였지만
역시 마음이 먼저 도착한 대로
몸도 안전하게 닿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마음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도착한 흰머리 소년 컨디션이 괜찮으시다면
'말로만 효녀'(동생)가 계획한 일정대로
캐나다 곳곳의 장소들을 둘러보며
그동안 미뤄 두었던 여행을 이어가실 겁니다.
저는 출발하기 전에 몇 번을 당부했습니다.
'우리 집 저승사자'가 심심하지 않도록,
몸은 아직 회복 중이니 무리하지 말고
더 세심하게 챙기고 살펴 달라고요.
저는 이제 약 2주간의 휴가를 얻은 기분입니다.
그런데 비어 있는 집을 보니
마음 한편으로는 적막함이 감돌기도 합니다.
늘 들리던 기척이 사라진 공간이어서 일까요.
아마 이 적막함도 잠시 머물다 갈 감정이겠지요.
그동안 저는 이 조용함에
천천히 익숙해져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