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소년 캐나다 여행기
이 시간이면 들려야 할 많은 소리가 사라졌습니다.
흰머리 소년의 끙끙 앓는 소리,
화장실을 다녀오시며 '아이고 허리야' 하는 소리,
방에 티브이를 켜 놓고도 라디오를 끄지 않는 소리..
캐나다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던 차,
동생으로부터 소식이 전해 집니다.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떡국을 한 그릇 비우시고
마치 그곳에서 평생 사신 분처럼
딱 30분 후에 누우셔서
두 시간을 꿀잠을 주무셨다고...
여행 전, '말로만 효녀'가
캐나다 '로키 산맥'에 가자며 예약한다는 걸,
흰머리 소년이 극구 몸이 불편해서
예약하지 말라며 말리셔서 무산된 일을
도착하자마자 컨디션 괜찮으니 당장 '로키'를
가자며 생떼를 쓰셨다는 흰머리 소년.
다행히 캐나다에 도착한 두 명 모두
밝은 분위기에 컨디션도 좋다고 하니 좋습니다.
티브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시려나 싶고,
괜히 동생 내외에 투정이나 부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는 했는데
다행히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스탠리 파크'에 산책을 갔다가
'잉글리시 베이'에서 식사를 하시고,
손녀가 다니는 현지 고등학교에 방문해 보고.
빠듯한 일정 같은데
보내온 사진을 보니 표정은 한껏 밝으십니다.
"심들었어"
"빡시게끌고다녔어"
맞춤법이 맞지 않는 카톡 메시지가
찰떡 같이 들리는 것도 애잔합니다.
그래서 저도 추임새를 넣습니다.
"거기서 시키는 대로 잘 따르세요.
캐나다에서 미아 되면 곤란해요." ㅋㅋ
사진 속 얼굴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았습니다.
집 안은 익숙하지 않게 조용하지만,
그 조용함이 예전처럼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바라던 딸 내외와 손주 손녀들과
행복한 시간이 되실 겁니다.
소리는 사라졌지만
걱정은 안도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담기고,
적막이 익숙해지는 3일 차입니다.
밖에는 눈이 왔습니다.
제가 흰머리 소년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당장, 오늘 배송해야 할 길이 난감합니다.
하지만 오늘도 잘 살아 보겠습니다.
안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