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 온 사람 '둘'의 만두 이야기

숨겨진 재능을 찾았습니다. 하하하

by 글터지기

제가 지금 만나고 있는,

갔다 온 사람인 '마음지기'에게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아버님의 형제들도 계시고,

마음지기의 동생도 둘이나 됩니다.

다들 이미 가정을 꾸리고 있어

한 번 모이면 제법 큰 대가족이 됩니다.


처음 형제들에게 인사를 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좀 있는 상황이다 보니

'도대체 왜 이런 사람을 만나는 거야?'

그런 눈초리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식사 자리,

몇 번의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그 어색함은 조금씩 풀어졌고

지금은 꽤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마음지기와는 같은 도시에 살고 있어

가끔 저녁 식사 초대를 받기도 합니다.


명절이나 김장,

그리고 만두를 빚는 날에는

아주 작은 노동력이나마 보태곤 합니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가족 수가 많다 보니 만두를 한 번 빚으면

각 집으로 보내야 할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집집마다 50개만 잡아도

금세 7~800개는 훌쩍 넘는 수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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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김장할 때 쓰는 그 대야입니다. ㅋㅋㅋ


그런데 가까이 사는 사람이

저와 고모님뿐이라

결국 만두는 서너 명이 빚게 됩니다.


이번에는 서울에 있는

'마음을 나눈 친구'에게도 보내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습니다.


아침 8시 반.

각오하고 시작한 만두 빚기였지만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만두피 한 봉지에 50개씩만 잡아도

10봉지면 500개,

그걸 두 번이나 사 왔으니

결국 1,000개는 만든 셈입니다.

모든 일을 마치고 보니

어느새 오후 3시를 훌쩍 넘겼더군요.


웃고 떠들며 만두를 빚긴 했지만

이번 하루의 가장 큰 수확은

제 안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제법, 만두 모양이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하나 만들고 감탄 한 번,

또 하나 만들고 다시 감탄 한 번.

그렇게 만두를 빚다 보니

시간은 금세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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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르고 있던 저만의 재능을 찾았습니다. 하하하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허리부터 온몸이 쑤시고

걷는 것조차 쉽지 않더군요.

어제 발행한 글에 답글도 달고

여유 있게 독서 챌린지도 마칠 계획이었지만,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뻗어버렸습니다.


아무것도 손을 대지 못한 채 말이지요.

생각해 보면 저는 그저 '빚기만' 했을 뿐입니다.


속을 준비하고 모든 살림을 도맡은 건

마음지기의 고모님이셨지요.


제 노동은 정말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도 고생했다며

집에 가져가서 아버님과 드시라고

만두를 한가득 싸 주셨습니다.


집에 와서 만두를 열 개씩 나눠 담아

냉동고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참 든든해졌습니다.


배를 채워줄 음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함께 섞여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이런 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고,

정성은 만두처럼 조용히 쌓여 가는 것.


냉동고 한 칸이 꽉 찬 만큼,

제 마음도 꽉 찬 하루입니다.


하지만 허리를 잃었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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