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안 새는 경우도...ㅋㅋㅋ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 나가면 안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런 장면을 마주할 때면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흰머리 소년께서
'말로만 효녀'(딸)를 만나러
캐나다에 가신 지 어느덧 5일째입니다.
그곳에서도 여전히
재미나게 지내고 계신 모양입니다.
그렇게 몸이 안 좋아서
가지 않겠다고 하시던 로키산맥을,
컨디션이 좋다며 오늘은 결국
부득부득 예약까지 해서 가신다고 하죠.
어제는 말로만 효녀에게
뜬금없는 카톡이 하나 왔습니다.
"아버지가 삐졌어.."
…아니, 아버지가 왜?
아버지가 캐나다로 가신 뒤,
저는 거의 매일 카톡으로
"오늘은 뭐 하셨어요?" 하고
안부와 소식을 물어 왔습니다.
짧은 메시지라도
그날의 소식이 오갔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만두를 빚다가
오후에 그대로 뻗어버리는 바람에
하루 연락을 못 드렸습니다.
물론 그날은 흰머리 소년도
먼저 소식을 보내오시지 않았고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상했습니다.
아니,
삐질 사람은 제가 삐져야 하는데
왜 흰머리 소년이 삐지신 걸까요.
“그 녀석, 내가 캐나다에 있다고
이젠 소식도 안 묻는다.”
말로만 효녀에게 흰머리 소년의 말씀입니다.
저는 그 말이 웃음이 나면서도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찡했습니다.
맨날 집에 붙어 계실 때는
궁금해하지도 않으시더니,
하루 안부가 빠졌다고 삐져 계신 모습이
어쩐지 귀엽고도 우스웠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도착한 말로만 효녀의 사진과 영상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제가 함께 있을 때는 이렇게
어디를 모시고 다니거나, 같이 식사를 하거나,
여행지를 함께 다닌 기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흰머리 소년은 말로만 효녀가 아닌
진짜 효녀 덕분에 평생 누려보지 못한
호사를 캐나다에서 누리고 계십니다.
보내온 영상 속에서 아버지의 목소리와
짧은 대답을 듣고 보니, 여기서 뵐 때보다
'아, 이제 정말 나이가 드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짠해지고, 괜히 마음이 쓰여서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역시 답은 없으십니다.
지금쯤 로키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으시겠지요.
이렇게 환하게 웃고,
이렇게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간 매일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뒤늦게 깨닫습니다.
늘 곁에 있다는 사실이
당연함이 되어버린 건 아니었는지,
말 한마디, 안부 하나를
습관처럼 넘겨버린 건 아니었는지
흰머리 소년의 환한 얼굴 앞에서
괜히 마음이 작아집니다.
멀리 떠나서야 보이는 얼굴이 있고,
떨어져서야 알게 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