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몇인데 아직 편식을 하세요? ㅎㅎ"
이제 내일이면 흰머리 소년께서 귀국하십니다.
캐나다에서 '말로만 효녀' 가족들과 함께
무리해가며 신나게 즐기신지
2주가 약간 안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손녀인 '우리 집 저승사자'는
할아버지 원픽이라며 사진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캐나다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새우튀김' 밖에 없다고 하시며
그 한 가지 음식만 며칠 내내 드셨다지요.
"아버지, 나이가 몇인데 아직 편식을 하세요?"
웃으며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직 답이 없으십니다.
불리할 땐 답이 없으신 분이십니다. 하하
오늘은 ‘말로만 효녀’에게서
뜬금없는 보이스 톡이 걸려왔습니다.
"오빠, 세상 참 불공평하지 않아?"
"뭐가 불공평해?"
"내가 캐나다에서 오빠가 과자 좋아한다고
캐리어에 잔뜩 담아서 보내는데? 어?"
"난 과자 먹지도 않고 안 좋아해"
"어? 아빠가 오빠 과자 좋아하는데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이것저것 다 담았어"
오잉? 난 과자 아예 안 먹는데?
가만 보니 상황이 그려집니다.
흰머리 소년께서
본인 드시고 싶은 과자를
하나라도 더 챙기시려고
밑장 빼기를 하신 게 분명합니다. 하하
그때, 보이스 톡 너머로
흰머리 소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난 과자 안 먹어..."
그래서 제가 말로만 효녀에게 말했습니다.
"야, 과자 다 빼고 커피만 보내면 돼"
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모두가 한꺼번에 웃습니다.
아무래도 흰머리 소년은
본인 드시고 싶은 과자를 한 보따리
싸 들고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귀국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2주 동안 그렇게 웃고, 먹고, 사랑받았을
그 시간이 끝나 간다는 게
흰머리 소년께는 얼마나 아쉬울까.
가신 길에 한두 달 쉬었다 오시라 했더니
기어코 빨리 집에 오겠다고 하시더니,
이제는 딸에게는 이렇게 공언하셨답니다.
"내년에 다시 와서 오래 있을 거다."
"아버지, 운동 열심히 하시고
건강 잘 유지해서 내년에 또 오시라고 했어"
"그래, 다 좋은데,
아버지 아들놈 말 좀 잘 들으시라고 해"
저는 그저 웃습니다.
아마 흰머리 소년은 이번 여행에서
과자보다 더 단단한 약속 하나를
캐리어에 넣어 오시는 모양입니다.
며칠 전, 흰머리 소년 방을 다 들어내고
대청소를 했습니다.
먼지가 많은 것 같아
청정기도 한대 준비해서 넣어 두었습니다.
귀국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또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리시고 오실 겁니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겠지만,
다시 떠날 이유를 챙겨 오셨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오시면 며칠은 앓아누우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