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후회, 3월을 준비하는 마음
스스로 뱉은 말을 지켜가는 일은 분명 듬직한 태도입니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문제는 그 다짐이 하나둘 쌓이다가 어느 순간 목록이 되어버릴 때입니다.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날수록, 정작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선별하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요즘 제 모습이 딱 그렇습니다.
2월을 시작하며 세운 목표 가운데 하나가 '종이책 퇴고'였습니다. 매일 부산하게 움직였고, 블로그 포스팅도 제법 쌓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 성실하게 살아낸 한 달처럼 보입니다. 저 스스로도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장 중요하다고 적어 두었던 종이책 원고는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2월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은근히 자랑스러웠습니다. '대단하다', '열심히 산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정작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자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잠드는 시간은 점점 늦어졌습니다. 새벽에 눈을 떠도 개운하지 않았고, 전날 미처 끝내지 못한 일에 다시 끌려가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잠시 멍하니 있으면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며 살겠다고 말해놓고도, 정작 제 일에 묻혀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미라클 주니 충주 번개모임에서 동료분들께 많은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정말 중요한 두 가지만 남기고 주변을 돌아보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늘 더하는 데만 익숙했고, 덜어내는 일에는 서툴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2월의 마무리는 목록을 줄이는 시간으로 삼으려 합니다.
지금 당장 제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고민할 것도 없이 '종이책 퇴고'와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는 과감히 줄이거나 미루어야겠습니다. 무엇을 덜어낼지, 시간을 어떻게 재배치할지는 이번 주 차분히 정리해 보려 합니다. 당장 결단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하나의 강박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모임에서는 '못 지키면 페널티를 주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1주일간 블로그 포스팅 금지라든지, 마음지기에게 50만 원 벌금 내기 같은 과감한 제안도 있었지요. 그만큼 제가 강박적으로 달려왔다는 뜻이겠지요. 웃으며 듣고 넘겼지만,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제는 더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목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중심이 분명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바쁘게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알고 걷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두 가지만 남겨도 충분합니다. 아니, 두 가지이기에 더 단단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 나라는 놈은 매일 목록이 쌓일 겁니다. 이걸 조절하는 게 또 목록이 되지 않도록 3월을 구상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