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 동안 운전을 하면서 단 한 번의 사소한 사고도 없었습니다. 무사고라는 사실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매일 풀무원 대리점 1톤 화물차를 몰고 거래처를 오가는 사람으로서, 안전만큼은 늘 스스로에게 엄격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고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믿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납품 매장 옆에 주차를 하다가 커피숍 벤치 위에 설치된 햇빛 가리개를 트럭 상단으로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철제 구조물이 눈에 띄게 휘어졌습니다. 카페는 아직 영업 전이었고, 전화도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보험 처리를 해야 하나,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오갔습니다. 대리점 차량은 법인 차량이기 때문에 여러 대가 한 보험에 묶여 있어 한 번의 사고가 모두의 할증으로 이어집니다. 어지간하면 현장 조치로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마침 카페 문이 열렸습니다. 저는 곧장 들어가 사장님께 고개를 숙였습니다. 죄송하다고, 제 부주의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혼이 나거나 보험 처리를 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뜻밖에도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저 폴대만 일자로 세워 주시면 됩니다. 알아서 조치해 주세요."
그 한마디에 긴장이 풀리면서도 오히려 더 송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 일을 마치고 꼭 와서 바로잡아 드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자책, 괜한 일로 회사에 부담을 준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다음 매장에 들러 납품을 하고 있는데, 검수를 담당하던 직원이 제 표정을 살피며 물었습니다.
"오늘 무슨 일 있으셨어요?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아, 별 일 아닌 일이 있었네요." 하고 웃어 넘겼습니다.
물건을 진열하고 있는데 그 직원이 캔 커피 하나를 건네주었습니다.
"이거 드시고 푸세요."
이상하게도 그 순간 마음이 확 풀렸습니다.
다친 사람도 없고, 차량도 멀쩡합니다. 휘어진 가림막은 제가 가서 바로 세우면 끝날 일입니다. 괜히 크게 마음에 담아둘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 한 잔이 뭐라고, 그 따뜻함이 마음의 매듭을 느슨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일을 액땜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보라는 경고였을지도 모릅니다. '무사고 30년'이라는 자부심이 자칫 방심이 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산업 현장에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습니다. 큰 사고 하나 뒤에는 수십 번의 작은 사고와 수백 번의 사소한 징후가 숨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제게 일어난 일은 그저 가림막 하나가 휘어진 작은 사고에 불과합니다. 사람도 다치지 않았고, 차량도 멀쩡합니다. 마음만 잠시 덜컹 내려앉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작은 일이 쌓여 큰 사고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30년 무사고라는 숫자가 은근한 자부심이 되어 제 어깨를 조금 높이고 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은 다행히 바로 세울 수 있는 일로 끝났습니다. 휘어진 철제 가림막은 다시 일자로 펴 드리면 됩니다. 그리고 제 마음은 더 곧게 세워야겠습니다.
흔쾌히 제 입장을 헤아려 주신 카페 사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집 앞에 있는 그 커피숍은, 아마 오래도록 자주 들르겠습니다.
"무사고 30년이 아니라, 겸손 1일 차로 다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