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봄을 느끼는 방식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by 글터지기

저의 봄은 창고에서 시작됩니다. 물건을 분류하다 들려오는 짹짹거리는 소리와 함께 말입니다. 무슨 새가 창고에 들어와 먹이를 뜯어 먹는 소리냐고요? ㅎㅎ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초등학생들입니다.


신선식품을 납품하는 일을 하다 보니 매일 새벽같이 출근합니다. 창고에서 물건을 분류하고 트럭에 싣는 일이 하루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계절의 변화를 여유 있게 느낄 틈이 많지는 않습니다. 봄이 오는지, 겨울이 가는지 대개는 신경 쓸 겨를도 없습니다. 더워지면 여름이 오나 보다, 추워지면 겨울이 오나 보다 싶은 거지요.


그래도 봄은 특별한 신호를 보냅니다.


한겨울 새벽에는 창고 외곽 등을 켜야 물건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사방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날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 같은 시간에 일을 하는데도 굳이 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옵니다. 새벽 공기 속에 빛이 조금씩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늘 반복되는 일상이어서 크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아, 봄이 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 한참 물건을 분류하고 있을 때, 창고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 때문입니다.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의 소리입니다.


어떤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며 걸어갑니다.

어떤 아이들은 친구들끼리 모여 게임 이야기를 하며 떠들썩하게 지나갑니다.

어떤 날은 차로 아이를 데려다주려는 부모들 덕분에 골목이 잠시 붐비기도 합니다.


그 소리들이 창고 안까지 흘러들어옵니다.


아이들이 떠들며 지나가는 소리는 참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 병아리 삐약 거리는 소리와 꽤 닮았습니다. 창고 안에서 묵묵히 상자를 옮기고 있던 저는 그 소리를 들으며 계절을 알아챕니다.


아, 봄이 왔구나.


어쩌면 봄은 꽃이 피었다는 소식보다 먼저, 아이들의 즐겁게 재잘거리는 소리로 찾아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골목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돌아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계절은 이미 봄입니다.


아마 방학이 끝났나 봅니다. 아이들에게는 다시 학교에 가야 하는 하루가 시작됐겠지요. 그래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돌아오는 부모님들은 잠깐의 고요한 시간을 얻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시작된 하루이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찾아온 여유의 시간.

그리고 제게는 창고에서 들리는 흥겨운 봄소식입니다. 그렇다고 납품해야 할 물건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지만.. 하하하


떠오르는 음악이 생각난 하루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봄을 느끼시는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wTX0eSZF1ak&list=RDwTX0eSZF1ak&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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