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보다 먼저 넘치는 건, 언제나 '사람'입니다

하수로 역류로 본 사람의 마음

by 글터지기

예상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 사람의 모습도 새롭게 보입니다.


3월 2일, 대체 휴일이었습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리던 오후였지요. 배송을 마치고 창고로 돌아왔는데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창고 안으로 물이 넘칠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급히 원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하수구 배수관에서 물이 역류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먼저 창고 땅주인에게 연락했고, 대리점 사장에게도 상황을 알렸습니다. 공교롭게도 휴무일이라 시청 하수도 사업소에는 바로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땅주인은 사설 업체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현장을 확인한 업체 기사도 고개를 저었습니다. 창고 앞 배수로에서 물이 넘치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대리점에서 사용한 문제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기사 역시 "이건 시청 하수도 사업소에서 확인해야 할 문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 생각도 같았습니다. 땅주인이 책임질 일도 아니고, 우리 대리점의 문제도 아닌 듯했습니다. 휴무일이 지나고 시청 담당자가 와서 원인을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시청 관리 문제라면 사설업체 비용은 그쪽에 청구하면 되는 일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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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갔습니다.


땅주인은 갑자기 "너희가 사무실 화장실을 써서 막힌 것 아니냐"라며 사설업체 비용을 우리 쪽에서 부담하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끝마다 반발과 빈정거림이 섞였습니다. 비가 내리는 현장에서 그 말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꽤 복잡했습니다.


대리점 사장은 "괜히 서로 입씨름하지 말고 반반 부담하고 끝내자"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7년 동안 보아 온 땅주인은 늘 호탕하고 편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사람은 정말 겪어봐야 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장에게는 "이건 우리 책임이 아닌 것 같으니 비용을 부담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땅주인에게도 "사업소 관계자가 와서 확인한 결과 하수도 공사 과정에서 생긴 문제라고 합니다. 사장님도 비용 부담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차분히 전달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기사와 담당자와 수없이 통화하고 증명하는 사진을 제출하는 일은 제 몫이었습니다. 결국 시청에서 사설업체 비용 문제를 처리하기로 했고, 하수도 공사를 일부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몇 번이나 현장을 찾아와 상황을 설명하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일은 그렇게 정리되었습니다.


일을 다 해결하고 제게 남은 건, 물이 넘치던 창고보다 더 넘칠 뻔했던 것은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사살 저도 조금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말이 더 거칠어졌다면, 문제보다 관계가 더 크게 어그러졌을지도 모릅니다.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갑자기 찾아옵니다. 그럴 때일수록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차분하게 살피는 일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마음의 모습은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아직 배수로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인과 향후 조치를 알고 있으니 마음고생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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