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생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주말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동기생 두 명을 만났습니다.
가볍게 '오랜만이다'라고 말하기에는 꽤 긴 시간이 흘렀더군요. 따져 보니 15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한때는 같은 공간에서 숨 쉬듯 함께 지내던 전우였고, 벗이었습니다. 그런데 각자의 삶 속으로 흩어져 살다 보니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가기 전에는 잠깐 생각했습니다. 혹시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아주 잠깐이라도 어색하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그런 걱정은 식당 문이 열리는 순간 바로 사라졌습니다. 얼굴을 보자마자 15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해졌습니다. 말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예전의 말투와 웃음이 그대로 살아났습니다. 사람의 태생은 어딜 못 간다고 하더니. 하하하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함께 전술학 공부를 하던 이야기, 그 당시의 젊음에 대하여.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에 대한 근황까지 대화는 끊길 틈이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 보지 못했는데도 그냥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이어졌습니다.
가만히 보니 다들 세월을 정직하게 통과한 얼굴이었습니다. 머리에는 흰빛이 섞여 있고 얼굴에는 시간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세월 덕분에 더 반가운 얼굴들이었습니다. 몸은 중년인데 분위기만 보면 여전히 철없는 청춘 같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우리도 이제 제법 점잖은 척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겁니다. 예전 같으면 아무 데나 들어가서 먹었을 사람들이 이번에는 꽤 근사한 소고깃집을 예약했습니다. 각자 삶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건지, 아니면 가오 잡는 기술만 늘어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그렇게 근사한 집에 앉아 있어도 결국 우리를 가장 빨리 친하게 만드는 건 소주 한 잔이었습니다.
마침 원주에 사는 '천둥벌거숭이(아들)'도 삼촌들에게 인사를 드리라고 불렀더니 선뜻 찾아왔습니다. 하기야 '소고기'를 먹는다는데. 하하하.
동기생들은 아들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야! 얘가 벌써 이렇게 컸네, 너보다 훨씬 낫다. 천만다행이다!"
"다들 애들 다 컸잖아. 모두 아빠보다 나으니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자고."
식탁 위의 웃음이 한층 더 커졌습니다. 세월은 많이 흘렀는데 웃음의 결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동안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각자 살아오며 겪었던 일들, 지나온 시간 속에서 마음에 남아 있던 이야기들까지 말입니다. 젊은 날의 허세도 있었고, 중년의 고단함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잘 살아왔다는 안도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꽤 많은 술을 함께하고, 어떻게 숙소에 왔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합니다. 덕분에 미라클 모닝은 물 건너간 일요일이었습니다.
집으로 복귀하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 속에서도 다시 만나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꽤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세월은 우리를 많이 바꾸어 놓았지만 그 시절을 함께 지나온 기억만큼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거창하게 명함을 내밀지 않아도 좋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오래 남는 관계는 그런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5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만나면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들 말입니다.
마음지기가 옆에서 한 마디 합니다.
"당신은 참 사람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