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싸게 팔아?"
저는 지역 매장에 신선식품을 납품하는 배송 노동자입니다.
오랜 시간 같은 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 골목에 어떤 매장이 있는지 굳이 간판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매장이, 어느 날부터 조용해지는 순간입니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습니다. 장사라는 게 늘 오르내림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몇 해를 지켜보니 공통된 흐름이 보였습니다.
사람이 줄어든 매장 대부분은, 어느 시점부터 가격이 높아져 있었습니다.
이유를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인근에 대형 매장이 들어서고, 손님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임대료와 인건비는 그대로입니다. 버티기 위해 가격을 조금씩 올립니다.
그 '조금씩'이 쌓이면, 어느 순간 손님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또 다른 매장이 채웁니다.
새로 들어온 매장은 할인 행사로 사람들을 모읍니다. 사람이 모이면 가격은 다시 경쟁이 되고, 경쟁에서 밀린 매장은 점점 더 조용해집니다.
저는 그 과정을 여러 번,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봤습니다.
어느 날, 그렇게 한가해진 매장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요즘 장사가 너무 안 되네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줄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근처 매장보다 가격이 조금 비쌉니다."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떻게 싸게 팔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또렷해졌습니다.
'박리다매'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박리’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결국, 판매자는 비용을 제하고 남는 이익을 기준으로 '박리'를 생각합니다. 이미 충분히 남기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더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겠지요. 소비자는 장부를 보지 않습니다. 오직 '옆 가게, 또는 인근 매장의 가격보다 저렴한가'를 기준으로 '박리'를 판단하는 겁니다.
같은 단어를 쓰지만, 전혀 다른 기준으로 이해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장사가 잘되는 매장은 특별한 비법이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기준에 맞춰, 자신의 기준을 내려놓은 곳이었습니다.
반대로 "적어도 이 정도면... "고 스스로 판단하는 순간, 그 매장은 이미 경쟁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어떤 매장이든, 장사나 거래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기준'에서 갈립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누구의 입장에 둔 것인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장사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종종 '나는 충분히 노력했다'라고 스스로 기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내가 얼마나 애썼느냐가 아니라, 그 애씀이 상대에게 어떻게 느껴지느냐인 것이 아닐까.
나만의 기준을 고집하고, 그 기준에 모두를 맞춰주기를 바라는 마음.
가끔은 노력하고도 외면받고, 매장은 애쓰고도 손님을 잃습니다.
"얼마나 더 싸게 팔아?"
이 한마디가 지난 7년간 몸담아온 유통 노동에서 배운 '기준'의 문장이 되었습니다.
매장을 나서며 생각했습니다.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기준은 과연 누구의 기준인가.
'나는 적어도 이 정도면...'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온 게 아닐까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