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시작해, '관계'로 남은 이야기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by 글터지기

오디오북으로 2년 전 들었던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의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어떤 소설은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하고, 어떤 소설은 '과학'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제게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단연코 후자였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과학이라는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그 여운이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영화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개봉하면 가장 먼저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기다림 끝에 드디어 영화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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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인류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익숙한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태양이 점점 식어가며 지구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상황, 인류는 마지막 희망을 우주로 보냅니다. 그 임무를 맡은 이는 한때 교단에 서 있던 평범한 중학교 과학 교사, 라이랜드 그레이스입니다.


그는 기억을 잃은 채 우주선에서 깨어나고,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도 모른 채 하나씩 상황을 이해해 갑니다.


처음 이 이야기는 『마션』처럼 '혼자 남겨진 인간의 생존기'처럼 보입니다. 제한된 자원, 끝이 보이지 않는 고립 속에서 그는 과학 지식과 직관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그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지점부터입니다.


우주라는 극단적으로 낯선 공간에서 그는 전혀 다른 존재와 마주합니다. 언어도, 생김새도, 사고방식도 완전히 다른 존재.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아주 원초적인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신호를 보내고, 반복하고, 실험하고, 실패하는 과정. 그 단순한 시도들이 쌓이며 둘은 점차 '소통'이라는 다리를 놓아갑니다.


이 과정은 과학적 탐구이면서 동시에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생존을 위해 시작된 협력이 어느 순간 신뢰가 되고, 그 신뢰가 결국 우정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울림이었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며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원작 소설이 지닌 방대한 과학적 설정과 사건들을 약 세 시간의 러닝타임 안에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몇몇 장면에서는 설명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빠르게 흘러가지만, 왜 그런 선택이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까지 따라가기에는 다소 숨이 가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조금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끝내 남기는 감정은 분명합니다.


라이랜드 그레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통 사람'이었습니다. 두려움을 느끼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선택의 순간마다 한 발을 내딛습니다.


그 작은 선택들이 쌓이며 결국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몫을 감당해 나가는 사람입니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그 순간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선택. 그 선택들이 모여 방향을 만든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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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과학적 설정과 긴장감 있는 전개를 갖추고 있지만, 끝내 남는 것은 기술이나 스케일이 아닙니다.


'관계의 온기'입니다.


서로 다른 존재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변화해 간다는 것.


어쩌면 이 이야기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남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혼자 버티고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어쩌면 이미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연결이야말로 우리가 끝내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작 속 '록키'를 상상했던 그대로 스크린에서 만나는 경험은 분명 특별했습니다. 과학적 설명의 아쉬움은 남았지만, 라이랜드와 록키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감정만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나중에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어쩌면 그 순서 또한 또 다른 방식의 '발견'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에필로그

영화의 줄거리는 '오디오 북'을 듣고 정리해 놓은 게 있으므로 그 포스팅을 첨부합니다.

https://blog.naver.com/jdj0934/223505918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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