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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해진 삶에 대하여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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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타와의 경쟁에서 진 가젤은 죽는다. 빠른 가젤만이 살아남게 된다. 결국 가젤은 후대로 갈수록 더 빨라진다. 치타도 점점 빨라지는 가젤을 잡아야 먹고 살 수 있다. 당연히 치타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빨라진다. 치타와 가젤 모두 점점 능력이 진화하지만 삶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군비경쟁만 무한으로 벌일 뿐이다.*


2. 사람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덕분에 기술도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삶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노력을 해서는 그때와 같은 보상을 얻을 수 없다. 오히려 삶은 더 팍팍하게 느껴질 뿐이다.


3. 아들 가젤은 아버지 가젤보다, 아들 치타는 아버지 치타보다 더 빨리 달려야 생존할 수 있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더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게 당연한 섭리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삶은 앞으로도 계속 더 팍팍해질지 모른다.




*앤디 돕슨, <고래는 물에서 숨 쉬지 않는다>, 포레스트북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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