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룸홀치 물벼룩(Daphnia lumholtzi)은 성장환경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포식자가 감지되면 긴 꼬리 가시와 날카로운 투구를 생성하고, 포식자가 없으면 긴 가시도, 날카로운 투구도 만들지 않는다.* 유전자는 똑같지만 하나는 길고 뾰족한 날을 세운 모습으로, 다른 하나는 부드럽고 둥근 모습으로 성장한다.
2. 많은 변화는 사건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비틀리고 조정된다. 애초에 의도했던 적이 없더라도 말이다.
3. 내가 자꾸 예민해지는 것은 어쩌면 내 탓이 아닐 수도 있다. 풍요롭고 여유있다면 누구보다 온화했을 것이다. 각박한 세상 속 나를 노리는 수많은 포식자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뾰족한 꼬리와 날카로운 투구를 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 Anurag A. Agrawal(2001), ‘Phenotypic Plasticity in the Interactions and Evolution of Species’,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