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5년 이그노벨상*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수상팀은 ‘얼룩말 소’를 연구한 일본 연구팀이었다. 검은색 소에 흰색 줄무늬를 칠해 얼룩말 무늬와 비슷하게 만들었더니 파리에 물리는 횟수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 얼룩 무늬가 파리의 유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은, 얼룩말의 줄무늬가 흡혈 파리를 회피하기 위해 생겼다는 진화생물학적 추측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얼룩말의 줄무늬가 파리 시각계에 혼선을 일으켜 숙주의 형태 인식과 착지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실험들이 여럿 있었다.
3. 일반 말 입장에서는 자신만 공격하는 파리들을 보며 왜 나는 줄무늬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을까 조상 탓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간단하고도 통쾌한 깨우침을 준다. 얼룩말로 태어나지 않았어도 얼룩무늬는 그릴 수 있다는 것. 얼룩무늬? 내가 직접 그리면 그만이다.
* 노벨상을 패러디한 상으로, 기발하고 엉뚱하면서도 과학적 의미가 있는 연구를 선정해 수여한다. 노벨상처럼 권위있는 상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를 주는 연구가 많아 큰 관심을 받는다.
** Kojima et al.(2020), ‘Cows painted with zebra-like striping can avoid biting fly attack’, PLOS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