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유류는 만숙형(precocial)과 미숙형(altricial)으로 나뉜다. 말이나 소, 기린 같은 만숙형 동물들은 출생 후 한두 시간 안에 스스로 걸을 수 있는 반면, 미숙형인 인간은 생후 1년은 되어야 걸을 수 있다. 태어난 지 30분 만에 걷는 기린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인간은 미숙아로 태어나는 것과 다름없다. 인간은 타인의 돌봄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다.
2. 이 오랜 의존의 시간이 인간의 내면에 유기불안과 같은 과도한 불안을 각인시켰을지 모른다. 어쩌면 인간은 애초에 불안과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의 동물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3. 이런 추측을 그냥 사실로 받아들이는 편이 오히려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행복이나 안정은 잠시의 보상일 뿐이고, 두려움과 불안은 늘 품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