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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력의 배신

by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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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적 지위가 ‘유전자’ 수준에서 저장된다는 연구들이 있다. 하이에나, 영장류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낮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개체들의 면역 기능, 에너지 대사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 사회적 경험이 생물학적으로 각인되어 버리는 것이다.


2. 가난한 사람들이 더 아프고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건강하다고 느꼈던 것도, 사회적 서열에 따라 에너지가 넘치거나 부족해 보였던 것도, 실제로 몸 안의 유전자 작동에서부터 차이가 났기 때문일 수 있다. 태어나는 가정, 사회적 계층, 교육 환경이 우리에게 남기는 흔적은 생각보다 깊고 근본적이다.


3. 사회적 불평등이 단지 기회의 차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몸 안의 유전자 단위까지 간섭을 한다면 그것은 다른 차원의 격차가 된다.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이 근원적인 격차를 단순히 개인의 노력 문제로 너무 가볍게 치환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 Joaquín Sanz et al.(2019), ‘Social history and exposure to pathogen signals modulate social status effects on gene regulation in rhesus macaques’, PNAS.

Colin Vullioud et al.(2024), ‘Epigenetic signatures of social status in wild female spotted hyenas (Crocuta crocuta)’, Communications Biology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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