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목요일 생각나는 것들에 대해 빠르게 쓰고 빠지는 일기.
1. 비오네, - 심드렁하게 감상하는 나에게 한국에서 오래 살다 온 친구가 말했다. 아침에 일기예보 안봤어? 한국 사람들 아침마다 일기예보 꼭 보잖아. (바쁜 그 와중에도 꼭 매일매일 챙겨본다는 뉘앙스로) 아 생각해보니 부모 중 하나 번갈아가며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을 얘기해줬던 거 같기도?.
어느 날엔가는 나 열시에 자야 되서 집에 가야 한다고 말했더니, 다섯반에 나는 칼같이 집에 온다고 말했더니, 그 애가 이야 유러피안마인드냐고 하면서 너처럼 (한국인치고) 릴랙싱하게 시작하는 애 못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아 좋은 거 같아 라고 덧붙이긴 하던데 이거 욕이지.
2. 초코렛.
한 몇주 째 초콜릿을 다시금 어마어마하게 먹고 있다. 이사하느라 약간 굶주린 지방들이 다시 차오름이 느껴진다. 이제는, 한 달에 칠팔키로 찌는 것즘이야 일도 아니지~ 하고 패기좋게 외치는 내가 있다.
살이 갑자기 찌면 대부분 별로인 것들이 많지만 -급격히 저하되는 체력, 피로도 증가, 소셜측면에서의 자신감 부족,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음 등등 의욕 저하 등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혹은 나에게만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다. 고교 입시생 모드가 되는 것 같다. 이 지점의 혼자가 되는 나를 들여다보면, 더 이상 단기간에 두툼해진 나의 모습으로 우울해 질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금 몸무게가 늘면 운동에 속력이 붙기 힘들고 십대가 아닌 만큼 오래 앉을 체력도 필요하고. 의도적으로 주의를 해야할 시점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저녁에 조깅을 갈까 ? (물음표). (안갔음)
3. 조깅
주기적으로 조깅해요. 얼마나 자주? 한달에 두 번!
그치 한달에 두번도 주기적인 건 주기적인 거니까.. 하면서 사람들이 웃는다.
사실 조깅도, 수영도, 나에겐 모두 단 하나의 운동을 위한 것이다. 이 운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체력을 유지 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다. 이 운동의 리듬감만큼 좋아하는 운동을 아직은 발견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위로 올라가는, 자신의 체중이 로드가 되 관절과 근육으로 무브먼트를 만들어내는 운동이라 사실 일키로만 감량되어도 퍼포먼스가 상승한다.
이 운동에 한창 빠져 살 때 만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체중을 감량했으면 좋겠다고 권고하셨다. 삼사키로만 감량해도 실력 더 쉽게 늘 수 있다고. 그리고 나는 넘을 수 없는 레벨을 만났을 때 체중을 감량해 뛰어넘으려 했는데 이미 그러기 전에 연습량으로 커버해서 체중을 줄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은 그 때만큼 자주 가지 못하고 또 13년도가 아닌 19년도인만큼, 내 클라이밍을 위해 체중 감량이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4. 마샬아츠
다양한 운동을 섭렵하는 친구에게 운동을 하나 더 배우고 싶어 라고 물었더니 팀스포츠를 추천해주었다. 그러나 나는 마샬아츠, 중에서도 태권도나 펜싱을, 발을 휘두르고 칼을 휘두르는 걸 배우고 싶다. 마샬아츠를 하나 배워 보고 싶은 이유는 내가 세상의 모든 종류의 일대일 매치에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이다. 그래서 상대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혹은 상대방과 합을 맞춰야 하는 마샬아츠를 배워보고 싶다.
5. 다시.
못잡겠는데, 너무 멀어.. 나는 아직도 그 외벽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혼잣말을 하거나 혼자 웃는다. 못잡을 거 같은 홀더와 절대 못할 거 같은 동작을 마주했을 때 그렇게 웃음이 난다. 포기나 유예, 헛웃음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 아 과연 나 할 수 있을까, 울상과 높이에 대한 공포, 그리고 무엇보다 큰 환희와 함께 매번 홀더를 잡는다. 그리고 그 홀더를 잡아낸 순간 나는 홀더를 잡기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