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상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The Kirishima Things

by gomer

홍대까지 먼먼 길 돌아가서 보고왔다. 거의 마지막 상영작 수준. 동생과 함께 비 홀딱 맞으면서 매우 피로해했다. 학교의 인기짱 키리시마가 배구부 그만두는 사실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변화에 대한 얘긴데 키리시마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ABb는 내 설명을 듣고 "난 그런 영화 별로" "정보가 부족한 영화는 딱 질색"이라 해서 날 웃겨주었다. 보고 난 후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기억난다.


영화는 하나의 주제를 변주하면서 보여준다. 영화 제작, 배구, 야구, 배드민턴, 농구, 관악부 등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 흔들리는 생각들을 보여준다. 그 한가지만을 보여주는 깔끔함이 혀를 내두를만 했고 또 무엇보다 영화의 말미엔 요새 좀 많아지는 열린결말과 다르게 나름의 답까지 내 마음에 든다. (내가 바로 원하는 답)


야구, 배구, 배드민턴, 농구, 관악부, 그리고 영화제작과도 같이 때론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아도, 좋아하니까 더 잘하고 싶은데 같은 한가지의 마음에 대한 얘기다. 누군가는 손쉽게 잘하는 애를 질투하고, 혹은 남들에 비할바 못되는 열정에 이걸 왜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실력이 월등하지 못해 대체 가능한 2군일지라도 좋아하는 마음만을 믿고 한결같이 연습한다.


좋았던 인물들이 몇 있는데 한결같은 자세로 야구시구를 연습하는 야구부 주장과 선발팀이었던 키리시마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고이즈미, 그리고 배트민턴에 타고난 카지마의 팔근육을 부러워하고 실은 누구보다 배드민턴에 진지했던 그 아이가 좋았다. 반면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에 스매싱에 딱인 팔근육, 남친이 우리 이제 그만 밝힐 때도 되지 않았어? 하는 말에 단번에 알잖아 여자애들 그런거, 단호한 카지마는 재수없었다.


영화부 남자애 하는 말 중에, 히로키가 넌 왜 영화하는데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시종일관 찌질한데 귀엽다) "영화를 만들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내가 만드는 영화가 겹치는 순간이 있거든 정말, 아주 가끔이지만 뭐 그래서." 좋았다. 결국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아있는 것일지도. (왤까, ABb가 우리나라는 대통령 하고싶은 사람은 언젠가는 다 한다며 그 이유로 대통령될때까지 출마하니까라고 했던 대목이 떠오르는 건.)


참. 유튜브에 미국번역판 제목은 The kirishima things로 되어있었다. 흥미롭다.

/0408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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