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차가웠던 그와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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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차가웠던 그와의 키스.
아버지의 차갑던 뺨, 그 차가웠던 입맞춤.
김현진/칼럼니스트
김현진. 이 사람을 처음 만난 건 제멋대로 해라 혹은 내 멋대로 해라, 보라색의 일기장 같은 책이었다. 당시 중학교 갓 입학했을 나이로 추정되는 나는 보수적인 목사 아버지를 둔 영화광이라는 나보다 여러 해 더 산 이 언니의 솔직하고 통통 튀는 일기장에 홀딱 반해버렸다.
뭐든지 꾹꾹 눌러 담고 참았던 고등학교 때 이 언니의 책이 한 권 더 나왔는데, 불량소녀백서. 데이트 더치페이에 대해 얘기하고 있던 것으로 기억되는 책의 에피소드들은 아쉽게도 식상했다. 제멋대로 해라의 꼬마 여자애가 이만큼 자랐다를 보여주고자 억지로 쓴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어릴 때 톡톡 참지 못해 튕겨져 나오는 생각들은 역시, 때가 있는 건가 했다.
살면서 문득문득 이 언니의 소식을 인터넷 검색장에 쳐봤다. 어디선가는 젊은이들만의 매체를 창간했다고도 했다. 한예종 신입생으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단 소식엔 아 왠지 그럴 것 같았어, 싶었다. 또 시간이 흘러 칼럼니스트 김현진을 이름을 보기도 전에 글을 먼저 보았는데 아 이 사람, 내가 아는 사람, 반가워했다. 이쯤 되면 팬이라 할 수 있겠다.
문체가 변해서 세월이 실감이 난다. 문장은 길어졌는데 더 입에 착착 달라붙고. 위의 칼럼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글로 부분은 대략 아래와 같다.
아버지를 이렇게 한 줌의 재로 보내 버릴 수 없었다. 여기 제 아버지를 나눠갖고 싶은 분, 종이컵 가져오세요(여전히 발랄하고 용감한 언니). 해서 한 줌의 가루가 된 아버지가 들어갈 곳은, 고작 프림 통이었단 것. 너무했나 싶었는데 어머니는 아예 청국장 통에 아버지를 넣어버렸다. 프림 통에서 다른 통으로 옮겨 담고, 통 안에 남아있는 가루들을 보고 있자니 남아 있는 아버지를 차마 하수구 구멍으로 보낼 순 없어 물로 훌훌 씻어 내가 삼켜버렸어. 아버지의 피와 뼈가 나의 한 부분으로, 다시 태어날 거라고.
아버지를 한 때 애증했던 또 하나의 딸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그 글은 그로테스크하기보단 익살스럽고 따뜻했다. 장례를 지내는 과정에 있어 가능만 하다면, 언젠가 그가 땅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을 때, 복잡한 관례적인 과정들을 전부 생략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둘러앉아 그중 하나인 나 역시 남은 물리적 조각들을 후루륵 내 안에 흘러 보내 그가 나와 함께 살아가도록 하고 싶다. 이걸 아빠가 안다면 날 무서워할 게 틀림없다ㅋ.
(140326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