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20130101 기록
영화는 한편의 시 같다. 20년동안 일년 중 하루, 그 날에 대한 각자의 기록이다.
술에 취해 떠들어대는 졸업식 새벽과 엇갈리는 전화벨소리, 연인을 만난 친구를 등진 발걸음, 상처입은 남자를 외면하는 골난 여자아이, 딸아이에게 이젠 제일 친한 친구라고 속삭이는 아빠가 된 남자. 한 행 한 행, 누군가 시를 공들여 읽어주는 것 같다.
창문에 맺히는 빗방울을 손으로 새어보며 연인을 기다리는 설렘
좁은 골목길의 자전거와 아슬아슬 스쳐지나가는 오토바이 엔진 소음, 막연한 불안감
낮은 천장과 어두운 조명, 지지직거리는 오락프로그램을 틀어놓고
파자마차림으로 인스턴트 음식을 나눠먹는 상처입은 아버지와 아들
수미상관처럼 오버랩되는 명확하지 않은 엔딩, 짙은 안개.
아쉬움도 설렘도 슬픔도 어느 하나 울컥하지않고, 격해지기 전에 지나가버리지만 오히려 영화가 끝난 후 자꾸 떠올라서 여운은 더 오래.
엠마는 과연 존재했던 사람인가 싶다. 손에 잡힐듯 말듯, 꿈처럼. 그래서 함께했던 20년이 무색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론 레 미제라블보다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