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상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

by gomer

1. 친구와 나눴던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한 대화의 부분이다.

그에게 채식주의자는 딱히 읽어내서 마음이 좋아질 수만은 없는 그래서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읽고 좋아하는지 모르겠는 소설이라고 했다.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든가 뭔가 알 것 같은 소설이 아닌데, 뭘 위해 왜 이렇게 쓴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이런 게 작가가 시인이라 가능한 건가?

과연 맨부커 상으로 언론몰이가 되지 않았어도 이렇게 대중이 읽고 이거 좋아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라고 되묻는 그에게 피차 다르지 않은 나도 잘은 모르겠는 마음이었던 게 데보라의 맨부커상으로 한강을 알게 된 나에게도 채식주의자는 쉽게 읽히지만 어려운 책이었다. 문장이 얼마나 아름다운 정도에 대해 딱히 생각해보는 편은 아니라 그마저도 잘 모르겠다.


이를 읽으면 황폐한 겨울날이 떠올랐다. 동생이 입원한 병원의 뒷마당을 내려다보는 언니의 기분이 됐다. 동생이 있는 언니인 나는 그 기분을 아는 것과 동시에 조금은 거리를 두고 싶은 막연한 금기처럼 느껴졌다.


관련해 뭐가 좋았는지 뭐가 이상했는지 또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도 모르는 새 친구에게 이야기를 쏟아내놓고 있었는데 본 듯 마음에 그려지는 풍경들이 자꾸 있어 스스로도 놀랐다.

그가 꿈꿨다는 수많은 살점 덩어리들의 어수룩한 형체들과 그의 언니를 물자 키우던 개를 호탕하게 잡아 올린 아버지, 그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매달려 애달프게 낑낑거리다 죽은 개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다리를 벌리고 물구나무를 서서 드디어 나무들이 어떻게 있는지 알았어 언니, 난 이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하고 눈을 반짝거렸다는 동생에게 왜 언니인 그가 말해주지 않았는지. 네 말이 맞다고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런데 나무도 물을 마시니까 너도 물만 마시면 된다고 얘기해주지.




2. 오랜만에 선생님의 블로그를 찾았다.

짧게 저 다녀가요, 이거 봤는데 선생님이 한 네 번째 정도로 생각이 났어요 하고 몇 가지를 남겼다. 작년 이맘때쯤 방문 후 않았던 그곳의 오래된 선생님의 일기를 몇 개 정도 픽해 읽으면서 아주 조금 울었다.


그간 어쩌면 단 한 번도 그를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건 아닌가, 그에게 늘 뭔가 받아주기만 기대했던 것이 아닌가, 그저 그런 제 감정에 널뛰기만 한 게 아니었나, 나는 그에게 사제 관계 이상이 되고 싶었지만 그 말은 거짓말, 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교류하기 위한 노력들을 거절했던 건 아닌가 뒤돌아봤다. 그와 같은 것들에서 어느 순간 그의 인생에 몇 번 정도는(사실은 더 많을 것이다) 느끼는 직업적인 염세와 같은 부분의 아주 작은 원인의 부분이 되었다면 어떡하지 불안해졌다.


십 년 전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전율했었으며 꾸준히 지인에게 추천해왔으나 때론 잊혔었다는 그의 일기를 보았다.

유브 갓 메일을 보고 잡다한 독후감을 적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당시 비밀글이 유행이라 그 글을 또 홀랑 지워버려 지금의 내가 아쉬워 죽겠는-나에게 그는 이미 듀나의 평을 알려줬었고, 기억 속에 도서실서 김영하를 집어 들었던 나에게 읽으니 어때, 알 거 같은 마음이야?라고 물어보셨던 질문에 나 무시받은 건 아닌가 하고 기분이 조금은 나빠졌던 내 기억 속의 그는 이미 당시 생각보다 김영하를 꽤 읽은 편이었다.

내가 그를 만났을 때 그의 나이보다 아직도 어린 나이의 나, 알고 보니 나의 많은 취향이 선생님의 취향을 이미 닮아 있었다.


폭력, 사랑, 예술에 대해 생각해보며 우리가 왜 인간인지를 묻게 하는 (ref 르샤의 읽는 행복) 그의 일기의 한 대목을 보면서 다시금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집어 들었다. (하고 읽지 않았다.)


[출처]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해|작성자 go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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