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기록

by gomer

근래에는 정말 하나도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았다. 한결같이 한 것이라곤 진짜 암벽등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암장 그리고 동아리에서도 제일 실력이 늦게 느는 사람이다. 보통 클라이밍에서 오는 가장 큰 희열은 아무리 해도 되지 않던 동작이 어느 순간 가능해질 때이다. 이를 위한 트레이닝에는 동아리의 한 친구가 언급했듯 대체로 두 가지 형태의 연습자들이 나타나는데, 차라리 더 어려운 코스를 시도하던가 아니면 이전에 했던 코스를 계속 반복하던가. 나는 실력이 제일 늦게 성장하는 두 번째 형이다.

그나저나 암벽등반을 하면서 더 건강해진 거 같다. 한 때 마른 몸을 집착했는데 그 집착이야말로 좋아하는 운동이 생기면서 치료받은 느낌이다. (2014.03.13.)


암장 다니는 사람 치고 안 아픈 사람이 없다. 손 망가지고, 가락지가 퉁퉁부어서 반지가 안 껴지는 건 일상이다. 두 다리에 멍이 시퍼렇게 아물 날이 없고 무엇보다 관절이 나간다. 한 번씩 손목, 허리, 발목이 번갈아가며 나가고, 그리고 팔꿈치 즈음에 림프가 가득 찬 혹이 생기신 분도 보았다. 그러면서 다들 이 운동을 끊을 수가 없어 아대 하고 테이핑하고 홀더에 대롱대롱 매달려 계시다.

잡는 홀더는 점점 작아지고 까다로워지니 신체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동물은 나무에 매달릴 때 손가락보다 더 길고 날카롭고 강인한 손톱으로 매달린다. 이번에 동아리 홍보모델이 된 나무늘보 사진을 보았는데 생긴 건 순해서 길고 강인한 손톱으로 나무에 편안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인간은 손톱도 퇴화해서, 마디마디 가락지밖에 없는데 초크로 범벅해서 매달리려 애쓴다. 나약한 신체로 별 짓을 다하는구나, 이 동물의 정신력으로 하는 행동들이 신체에겐 다소 가혹한 것 같다. (2014.05.25)


월드컵 경기장 안에 있는 외벽에 다녀왔다. 15m 정도 상당한 높이의 외벽을 차례로 올랐다. 등반은 많이 못했지만, 확보는 좀 많이 봤다. 리딩 확보 볼 땐 정말 긴장했다. 등반자가 살짝 추락했을 땐 당황했는데, 확보자는 당황해서는 안되는데. 말씀하시기를 등반자는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어도 실패한 확보자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암벽등반이란 운동은 확보자와 등반자로 한 짝을 이뤄 벽을 오른다. 등반자의 줄을 아래에서 잡고 15미터 위 그의 목숨을 책임지는 확보자는 등반자와 함께 오르는 것과 같다. 등반자가 쉬고자 한다던가 길을 잘 못 찾고 있는다든가할 때 확보자는 완등을 유도하고, 등반자는 설사 추락하더라도 확보자를 믿고 한 홀더 도전할 수 있다. 지난번 외벽 나갔을 때는 확보에 관심 없었는데, 요샌 확보도 등반만큼이나 잘 보고 싶다. (2014.05.18.)


-사진은 당시 클라이밍팀 초기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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