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by gomer

중학교 때 처음 들었다. 04년도의 내가 생각이 난다. 노래 하나에 나 하나만 있는 노래다. 입시공부를 하면서 밤에 라디오를 혼자 많이 들었다. 그러다 음악이란 걸 듣기 시작했는데 음악에 대해 워낙 무지한 환경에서 자라 전혀 감이 없었다. 그 와중에남들이 좋아하는 걸 맹목적으로 듣고 싶지 않아서 눈(귀)를 길러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가지 생경하게 찾아보며 듣던 나였다. 가수 이적(당시만 해도 이정도의 인기는 아니지 않았나?)의 드림 온이라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다. 어떤 감정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건지도 잘 몰라서 나 이 음악 좋아해 라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음악이란 매체는 책보다 훨씬 익숙지 않아 나름 모범생의 고군분투를 했던 거 같다.


그리하여 나의 엠피쓰리 목록에는 이상은과 박혜경의 목소리와 딱 한곡의 팝송, 라디오헤드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가 저장됐다. (creep을 감상하게 된 건 스물이 넘어서였는데 크립은 그 때 들어도 참 어려웠다. 지금은 감정이입이 너무 되서 못듣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잔지 여잔지 채 모르겠는 목소리의 코나, 우리들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가 있었다.


검색 엔진의 실시간 검색어에 뜬 것을 보았을 때, 나는 그제야 그 목록을 기억해내고 아차 싶었다. 어떻게 이 노래를 들었던 나, 멀뚱멀뚱 하고싶은 말은 쑥 목구멍에 도로 집어넣었던 중학생의 날 잊고 지낼 수 있을 수 있었니? 그 때의 내가 느낀 감정들과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 생생하게 물밀려와서 눈물이 왈칵 났다. 이런 날 보니 내가 사춘기를 보내고 있었기는 했었구나 싶다.


노래방에 함께 다녔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노래도 잘 불러 제 흥에 제가 겨워 랩도 곧잘해 팝송,가요, 오래된 노래까지 섭렵하는 이 아이들 틈에서 나는 어떤 걸 불러야 이 분위기를 안 죽일까 하고 고민했던, 노래방에서 한번 불렀다 다운되는 분위기랑 얘는 뭘 이런거 부르나 핀잔 주진 않을까, 남자애들의 시선에 목소리가 먼저 주눅이 들어 취소버튼을 누르고 말았던 내가 있었다. 이렇게 글을 통해서야 겨우 소환이 되는 그 기억속의 내가 많이 생각이 나는 노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의 나, 발랄하고 머리좋은 것들 옆에서 쉽게 주눅이 들고 눈치를 봄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 어떤 것보다 꾸준하고 굳건한 것들 위에서만 서 있던 나를 많이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노래를 다시 발견한 순간 그렇게 감동을 하지 않았나 싶다.


참. 그 중학생은 지금보다 성적인 것들에 더 무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왠지 야하다란 생각을 꾸준히 했었다. 가사보다 내 생각에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주는 아름다운 거 같긴 한데 그 이상의 느낌이 있었다. 애들은 역시나 뭘 모르지 않고 감성이란 건 생각보다 대단하다.

/2016.03.02.


아하하, 일주일 전에 써놓고 올리지 않았다. 왜냐면 이 글을 쓴 후에 이메일 하나를 체크했는데 다시 너무 슬퍼졌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 주, 금요일 앰뷸런스를 불렀고 그날 새벽도 아닌 이른아침 심지어 영어가능한 의사선생님이 구토의 흔적과 두루마리 휴지들로 가득한 냄새나는 그지같은 방에 방문하여 이 외국인, 그다지 급한 건 아니지만 닥터를 보내주면 참 고마울거 같아요를 구급대원에게 애원했던 이 외국인 여자애를 구해주었다.


예전에, 글쓰는 의사 남궁인씨의 블로그에서 중국인 환자에 대한 글을 봤는데, 그 의사의 눈에 비친 내가 바로 그 애처로운.. 외국인이 아니었을라나 싶다.

/2016.03.02.


오늘은 너무 신경질이 사실은 좀 나는 날인데 그래서 저장해뒀던 걸 전부 올려버리고 다시는 이곳을 당분간 찾지않으리라의 마음이 되었다 일상에 자꾸 틈을 주는 오락이 생긴다면그것을 끝을 볼 때까지 소진한 뒤 말끔해지고자 노력하겠소 브런치의 블로그와 달라지고자했던 것은 이미 퇴색중이다 최소한 나에겐 who cares.

/2017.10.15일이 지나가는 자정


그럼에도 이해관계가 드러나는 것은 더 순화과정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어떤 것도 손보기가 싫어서 그만 플랫폼을 로그아웃하였다

//2017.10.15일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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