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를 쇠그릇에 물 받쳐놓고 알알이 발라놓았다. 빨간물만 빼먹고 씨앗을 뱉어놓았더니 석회모래알 같다. 보기마저 징그럽다. 목요일 저녁엔 S를 만나서 밥 같이 먹고 들어오고 금요일 저녁엔 요나스 만나서 귀가했다. 토요일 저녁엔 동기 둘의 생일파티가 있었는데, 그중 파테메의 제일 친한 친구가 스톡홀롬에서 공부하는데 장기휴가로 도착했다.
Z와 좀 늦게 생파장소에 가는데 슐러스 앞에서 작은 콘서트를 하고 있어 둘이 구경했다. 이나라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건 처음봐, 콘서트광인 Z가 말했다. 사람들은 적당하게 폴짝 폴짝 뛰다가 동시에 일동 같은 춤을 추고 반주에 맞춰 떼창을 했다. 십 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따뜻했고 좋았다. 석양과 함께 안좋았던 기억과 감정들이 흘러갔다.
누군가 폭탄주를 만들더니 몇몇 애들이 미친듯이 취했다. 생일인 자는 윗방 침대로 실려가고 시간은 새벽을 넘나들고 몇몇은 다른 파티에 갔고 다른 파티에 간다고 누군가는 또 화를 냈다. 사라진 친구 하나가 화장실에 갇혀 있어서 놀랐다. 사람이 근 몇시간동안 사라졌었는데도 몰랐다. 취한 친구들을 재우고, 곧 해가 떠오르기 직전 즈음, 누군가는 술김을 빌려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고 또 누군가는 원거리 연애로 헤어진 전 약혼자를 떠올리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나름의 홀로 받는 무게들이 안타까웠다.
만취해 외로움에 절절매는 이 친구들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내 인생에 남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남게끔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던 금요일 저녁 생각이 났다. 거품처럼 사라져가는 것을 애초 손아귀에 잡아챌 생각도 없었으니 흘러가라고 보내주겠노라 알딸딸하게 취한채로 생각했다. 멀리서 떼써볼 용기도 잘 나지 않는 생각보다 바라는 것이 몇 개 없어지기만 하는 내 인생이 과연 바람직할까 뒤돌아보며 주말이 끝났다. 일요일은 하루종일 보고서를 썼다. 석류처럼 쓴 주말이었다. 빨간 물 다 빨아먹고 거무티튀한 모래알만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나를 단단하게 지켜줄 것은 사실 나밖에 없다.
/201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