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그리고 주말 긴 명절에 하루는 유독 길었다. 하루는 서울까지 이어지는 긴 행렬을 피해 경주에서 시간을 보냈다. 불국사의 어느 찻집의 여승을 기다렸으나 다소 퉁명스런 그가 걸쭉한 대추차와 고작 찻잎 주제에 이 오밤중에 입맛 다시게 하는 향긋한 어린잎 녹차를 내놓았다. 석굴암 계단에 앉았다.
산에 걸린 타오르는 달을 봤다. 해는 지는 거지만 달은 항상 거기에 있는 것이라고 동생이 말했다. 타오르는 달에 무슨 소원을 빌까 한참 고민했다. 매년 돌아오는 추석에 소원을 빌 때마다 고민한다. 어떤 소원을 빌어도 그게 빌 만한 것인가 알쏭달쏭하다. 누군가에게 빌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건 뺐으면 좋겠어, 하고 망설이다 지나치기 일쑤다.
/2013.09.23.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