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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뤼메 Jun 21. 2019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넷플릭스 <블랙 미러 시즌2 - 1화 곧 돌아올게>를 보고

엄마가 어느 날 나에게 말했다.

 

혹시나 엄마가 사고가 나거나 죽을병에 걸렸는데 중환자실에 가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절대 중환자실에 가는 선택을 하지 말라고.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상태로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듣는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나 역시 엄마와 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사고나 죽을병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데 중환자실에 갈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냥 자연사하게 뒀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데 나의 입장과 똑같은 엄마의 말을 듣는데 마음이 산란해졌다. 나는 생사의 문턱을 왔다 갔다 하는 엄마를 보며 아무런 손을 쓰지 않은 채 놓아둘 수 있을까.


쉽사리 그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우리 엄마이기 때문이다.

평생 같이 살고 싶은 이룰 수 없는 소원을 가지고 있달까요.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십니까


소중한 사람을 잃는 순간을 가끔 상상해보고는 한다. 언니와도 가끔 장난 삼아 이야기하고는 한다. 주로 누군가 외출을 하기 직전 말다툼이 벌어질 때이다. 그러면 외출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너! 만약에 내가 지금 이렇게 나갔는데 사고가 났어! 그러면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되는 거야! 너는 마지막 기억이 이런 싸움이 되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나 지금 이렇게 나가도 돼?"


 그러면 우리는 극적인 화해를 한다. 이런 순간이 마지막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화해하지 않은 것인데, 화해도 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모진 말을 내뱉은 것이 마지막 순간이 되는 것이라면 그 자책감과 죄책감을 나는 감당할 수 있는가. 그래서 우리는 웬만하면 서로가 외출을 하기 전에는 웃으면서 인사해주려고 한다.


 사실 죽음은 언제, 어디서 다가올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나는 그런 예상치 못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받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당연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런 상황을 준비하고도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제일 두려운 것은 '나의 죽음'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이다.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블랙미러 시즌2 -1화  곧 돌아올게>의 시작은 내가 제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전제로 한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순간에 마주해야 하는 하는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 마사는 그런 죽음을 마주하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이 기회를 잡으시겠습니까?


그녀 앞에 놓인 선택지가 마치 내가 부모님의 생사 앞에서 중환자실에 갈 것인지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냥 포기하는 것도 싫고, 포기하지 않는 것도 싫은 그런 순간.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보며 생각했다. 도래하지 않은 일을 대한 걱정을 하지 말고 지금에 충실하자. 뻔한 말이면서도 쉽게 지켜지지 않는 다짐을 오늘도 다시 해 본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 앞에서 후회하는 일만 떠올리는 사람이 되지는 않길 바라며.


<블랙미러 시즌2 -1화  곧 돌아올게> 보고

넷플릭스 <블랙 ㅇ러 시즌2 - 1화 곧 돌아올게>를 보고 넷플릭스 <블ㅗㅓㅗㅓㅏㅗㅓㅏㅗㅓㅏㅗㅓㅏㅘ랙 미러 시즌2 - 1화 곧 돌아올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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