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오준혜 Jun 06. 2020

탈색하면 탈모가 되나요?

몸소 체험하고 이야기하는 주관적 탈색 이야기

몇 없는 이곳 브런치 글 중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글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탈색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탈색에 관한 글은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탈색에 관련된 검색어들이 너무 웃겼다. 아니 탈색하면 탈모가 되냐는 검색어로 여길 들어오시다니! 참고로 탈색한 지 2년째지만 다행히 탈모는 오지 않았습니다.

탈색에 관한 검색어들

하긴 나도 탈색을 하기 전에 정말 어마어마한 검색을 했었다. 탈색하면 머리가 녹아서 끊어질 수도 있다는데 진짜로 해도 되는 것인지, 회사를 다니는데 탈색을 해도 짤리지 않을지, 미용실에서 탈색하기엔 너무 비싼데 셀프탈색을 하면 안 되는지 등등 탈색을 직접 하기 전까지 매일매일 인터넷을 들락거리며 정보를 찾고 또 찾아보았다. 그래서 그냥 웃어넘기려다 7일간의 유입키워드에 적힌 검색어에 대한 주관적인 답글을 달아보기로 했다. 지금도 탈색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느라 밤을 꼴딱 지새우고 있을지도 모르는 영혼들에게 자그마한 1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P.S. - 아! 이건 내가 직접 겪은 경험들을 토대로 답하는 것이라 전문성을 가진 답변은 아니라는 점을 참고해주시길!



답변하기 전에 적어보는

2년간의 탈색모 생활기


탈색을 처음 한 건 바야흐로 약 2년 전, 2018 5월쯤이었다. 탈색하기로 결심한 후 미용실에서 할지, 셀프 탈색을 할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비싼 미용실 비용을 댈 수가 없어 셀프탈색을 선택했다. 당시 머리 길이는 어깨가 조금 넘어가는 길이었는데, 올리브영에서 젖소가 그려진 분홍색 상자 모양의 BLEACH 탈색약 3통을 사용했다. 사실 2통만 사 왔다가 중간에 탈색약이 모자라서 언니가 급히 추가로 한 개를 더 사 왔다. 아! 탈색은 절대 혼자 하면 안 된다. 적어도 내 머리를 360도 회전하며 케어해줄 염색도우미가 필요하다. 그렇게 꼼꼼히 해도 전문가가 아니라 약간 얼룩이 진다. 약간 진 얼룩은 '이건 의도해도 나오기 힘든 그라데이션이군'하고 위안 삼으면 된다. 그런데 진짜 미용실에서는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그라데이션 느낌이라 좀 이쁜 것 같기도?라는 착각이 들면 성공적인 셀프탈색을 해냈다고 보면 된다.


탈색을 한 후 지금까지도 나는 탈색모를 유지하고 있다. 탈색한 지 2년이 넘어가는 중. 탈색모를 한 채로 회사생활을 잘했다. 아마 작은 스타트업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물론 중요한 자리에 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전날 검은색으로 셀프염색을 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탈색한 머리는 검은색을 입혀도 물이 빠진다. 그러니까 오징어먹물을 입혀도 검은색 약이 씻겨 내려가 머리색이 점차 밝아지며 다시 노란 머리로 돌아온다. 이건 미용실에 머리 자르러 갔을 때 내 머리카락을 잘라주시던 선생님이 직접 해 주신 이야기이기도 하다. 흰 도화지에 검은물 아무리 입혀도 빨래 많이 하면 물 빠지는 거랑 비슷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탈색모 2년 라이프 중 종종 검은색을 입혔지만 아직도 샛노란 머리를 뽐내며 다니는 중이다.


2년 동안 탈색모 라이프를 유지 중이라면 뿌리염색도 하느냐고? 나름 1년째까지는 열심히 뿌리탈색을 했다. 물론 셀프다. 당연히 뿌리색과 밑의 머리색이 다르다. 셀프의 맛은 날것에 있다. 위아래로 똑같은 색을 원한다면 당연히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한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에는 대충 위아래로 비슷하게 노래 보이면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래머리는 노란데, 뿌리가 시꺼먼 게 문제지. 그래서 톤을 맞춘다는 생각 없이 멀리서 보면 노란 머리처럼 보이도록 뿌리염색을 열심히 했었으나, 두피가 타는 고통을 더 이상 느끼기 싫어서 더 이상 뿌리염색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불타는 느낌 너무 고통스러워. 덕분에 머리의 경계가 선명해지고 있지만, 나는 괜찮다. 그런데 내 머리를 보는 사람들이 조금 고통스러워하더라. 제발 검은 머리로 톤을 맞추던가, 뿌리탈색을 하던 둘 중 하나는 해달라고 하던데. 하지만 나는 내 경계 진 머리를 보는 게 괜찮은걸?


일단 개인적인 2년간의 탈색모 생활기의 요약본은 이러하다.

이렇게 이제 머리 안쪽은 완전한 검은색이다. 아니 멀리서보면 그라데이션이라구!

지극히 주관적인

탈색에 관한 이야기


이제 한 번 유입키워드에 찍힌 이야기들에 대해 답을 달아볼까?


- 탈색하면 안 되는 이유

탈색하면 안 되는 이유는 많다. 일단 진짜로 머리가 많이 상한다. 나는 미용실에 갈 때마다 머리가 튼튼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탈색한 부분의 머리가 인형머리가 되었다. 다행히 머리카락이 끊어지지는 않고 늘어난다(^^). 무엇보다 머릿결이 정말 많이 상했다. 비 오는 날이 되면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 그래서 요즘에는 머리를 묶고 다닌다.


아! 이것도 미용실에 들은 이야기인데, 탈색을 하고 나면 탈색모가 다 없어져도 2년이 지나야 파마나 매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탈색모로 가서 파마나 매직해달라고 하면 선생님들이 고개 저으면서 해봤자 소용없으니 그냥 가라고 할 것이다. 탈색모의 최선은 매일매일 고데기에 의존하는 것뿐. 근데 이제는 이마저도 안된다! 아이구!


- 탈색 유지비용

이건 아마 미용실에서 하느냐, 셀프로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셀프로 하는 건 의외로 많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딱 염색약값 정도만 들뿐. 물론 매일매일 관리를 해주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참고로 나는 탈색하고 나서 혼자서 이리저리 여러 가지 색을 사 와서 머리에 많이 입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탈색한 머리에 다른색을 얹어도 길어봤자 일주일만 가고 점차 양아치 노란 머리로 돌아온다. 결국 탈색한 후 내가 가장 많이 보게 될 색상은 노랑이다 노랑.


- 탈색하고 출근

이건 회사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자유로운 곳이라면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탈색을 한 후 다녀도 되겠지만, 분명 그렇지 않은 분위기를 가진 회사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건 내 스스로가 주위를 잘 살펴보면 각이 선다. 솔직히 물어보는 게 제일 확실하긴 하지만, 그게 또 쉬운 일은 아니니까.


- 회사인턴 탈색

나는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 역시 노란 머리로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긴 했지만, 회사에서 비지니스 관계로 만나러 왔는데 샛노란 머리가 나타나면 입 밖으로 말하진 못해도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는 검은 머리로 염색을 해서 간다. 만약 막 인턴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자연스러운 머리로 갔다가 회사 분위기에 스며든 후 이미지 변신을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뭔지 잘 모를 때는 기본이 최고! 헐! 그런데 이렇게 쓰니까 나 엄청 '라떼는' 같다... 흑흑...


- 탈색 필요 없는

이건 아마 '탈색이 필요 없이 낼 수 있는 색깔'이지 않을까? 내가 탈색을 시도하기 전에 이걸 엄청 검색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정확히 말하면 내 검색어는 "탈색 없이 분홍색, 탈색 없이 파란색, 탈색 없이 제일 밝은색"이긴 했다.


솔직히 분홍색, 파란색, 애쉬 계열은 탈색 없이 쨍한 색을 내기 쉽지 않다. 또 탈색을 한 번 하는 것보다 여러 번 해서 최대한 노란끼를 빼야 쨍한 색상을 만날 수 있다. 안 그러면 파란색 시도했다가, 파란색이랑 노란색이랑 섞여서 초록색이 나오는 불상사가...(경험담) 그리고 탈색 없이 제일 밝은색은 밝은 갈색이지 뭐!


- 탈색을 하면 사람들이

엄청난 관심을 준다. 사실 길을 지나다니며 종종 봤을 수는 있어도 실제 내 친구가, 내가 아는 사람이 탈색한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나 역시 탈색하고 관심 폭발이었다. 머리카락을 한 번 만져봐도 되겠느냐, 머리카락이 상하지는 않았느냐, 나도 탈색하고 싶다 등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건 내 지인들에 한한 이야기이다. 지인들을 제외하고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만나는 타인들은 내 머리색에 관심이 없더라.


그리고 엄마가 내 탈색모를 처음 보시고는 '나는 이런 양아치 같은 딸 낳은 적 없다'라고 하셨다. 물론 지금은 적응하셔서 아무 말도 안 하신다. 대신 종종 분홍머리나 파랑머리로 나타나면 "머리 다 빠지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그만해!!"라고 소리치시긴 한다.


- 탈색 많이 하면

안돼요ㅠㅠ 너무 많이 하면 안 돼ㅠㅠㅠ 나는 미용실에 머리 자르러 가면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선생님들끼리 은밀한 대화를 나눈 후 원장님 같은 분이 오신다. 그리고 머리를 자르면서 꼭 물어보신다. "혹시.. 탈색한 거 후회 안 해요?"라고. 그때마다 해맑게 "안 하는데요 에헤헤헤"라고 대답했는데, 2년이 지나서 뻘한 머리카락을 보고 있으니 왜 그런 질문을 하셨는지 알 것도 같다.


어떤 분은 애쉬 색상을 내기 위해 탈색을 8번 했다가 거짓말처럼 귀 밑의 머리카락이 모두 끊어졌다고 한다. 지금 이 밑으로는 다 붙임머리라며 나에게 탈색 그만하라고 안쓰럽게 쳐다보며 말해주셨다. 모든 분들이 이 정도로 얘기하는 거면 진짜 머리에 안 좋긴 한 거 같다.



그럼에도 나는 솔직히 탈색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안 했으면 아마 지금까지도 "탈색하고 싶다"라고 외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탈색은 탈선을 한 적이 없는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새로운 일이었다. 머리색 바꾼다고 인생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정도를 가야만 할 것 같은 혼자만의 압박감에서 좀 자유로워진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20살부터 '탈색할까 말까'로 고민을 시작했는데 무려 5년이 지난 다음에야 이루어냈으니 고민한 시간만 보더라도 나에겐 엄청난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진짜 하고 보니 별거 아니더라고.


이제 탈색도 하고, 원하는 머리색도 원 없이 했으니 머리에 휴식을 주고 있다. 이제 자연스럽게 탈색모를 다 잘라내고 본연의 머리만 남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다음에 파마를 할 거다. 어휴. 안되다니까 더 하고 싶어.


탈색을 하는 게 참 별 일 아닌데 참 별 일이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나처럼 "탈색하고 싶다, 탈색해도 되나? 미용실에서 내 머릿결 이미 많이 상해서 안된다는데 어쩌지?"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미용실에 가면 '탈색 안돼!'라고 퇴짜 맞는 사람이었지만,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탈색을 했다. 하고 보니 별 일 아닌데 하기까지가 너무 오래 걸리는 희한한 탈색의 세계. 그래서 나는 머릿결도 많이 상하고, 머리가 끊어지고, 파마도 못하고, 너무 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다면 탈색을 강력 추천한다. 탈색한다고 안 죽어요!


오늘도 '회사 출근 탈색', '셀프 탈색', '탈색 머리 상함'을 검색하며 탈색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그대. 이제 고민은 그만하고 결단을 내릴 때이다! 이 많은 단점에 기함했다면 이제 탈색을 포기하고 제일 밝은 갈색으로 만족하고, 머릿결을 포기해야 함에도 탈색하고 싶은 마음이 접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이 바로 탈색하기 좋은 시간이라는 것! 나는 어떤 선택이든 모두 옳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 탈색을 하면 탈모가 되나요?

에 대한 내 대답은. 일단 저는 아직 탈모가 오지는 않았습니다. 근데 혹시?

탈색 초반1
탈색초반2. 색이 다른건 그라데이션이다 그라데이션이다
탈색한지 1년. 셀프뿌리탈색도 감쪽같이 할 수 있다니까! 뿌리탈색하고 남은 탈색약을 밑에도 발라서 엄청 밝아진 머리색
탈색 중반. 분홍머리. 뿌리탈색하라고 엄청 욕 먹었던 주간
탈색한 지 1년 반. 이 정도 색차이야 뭐.
그리고 파랑색 셀프로 시도했다가 엉망으로 염색되었다. 하지만 나만 당당하면 아무도 나를 욕할 수 없어!


매거진의 이전글 한결같은 모습으로 일하던 사람을 만난 날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