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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뤼메 Mar 22. 2019

왠지 말하기 애매한 나의 귀엽고 소심한 관심사들

엄청 좋아한다고 하는 건 아닌데 좋아하긴 하거든요.


좋아하는 게 있긴 한데

막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종종 사람들이 나에게 물을 때가 있다. 뭐 좋아해요?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당황한다. 사실 제가 막 뭐 좋아하고 그런 건 없어서요. 하하.  


어떻게 좋아하는 게 없을 수 있냐고? 난 내가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막 엄청 뭔가에 환호하고 좋아하는 것들이 없다. 여기서 내가 '좋아한다'라고 말할 정도는 그게 너무 좋아하서 관련된 상품이 나오면 무조건 사야 하고, 축제나 전시가 있다면 꼭 가야 하고, 그것과 관련된 소식이 나오면 제일 먼저 아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게 없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데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좋아하는 게 없다고 해놓고 좋아하는 게 있다니, 이게 무슨 소리냐고? 나는 무언가를 좋아할 때 어어어어엄청 좋아하는 건 아닌데, 좋아하는 게 있긴 있다. 참,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러니까 모든 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기 보단, 흥미를 가지고 있는 건 있어요. 흠. 이 말도 뭔가 나의 마음을 완벽하게 표현해주지 못했다. 그러니까,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닌데 좋아하긴 하는, 그래서 누가 나한테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긴 애매하지만 분명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마블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마블세계관을 모두 알지 못한다. 영화 속에 던져져 있는 떡밥도 블로그 검색을 통해 뒤늦게 환호하는 편이다. '아니, 이게 이런 내용이었다고오!?' 사실 마블영화가 나오면 거의 다 챙겨보려고 하는데, 못 챙겨보는 것들도 많다. 이번에 나온 <캡틴 마블>도 아직 보지 못했지.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집에 마블과 관련된 만화책이 있는 것도, 굿즈가 있는 것도 아니란 사실이다. 마블에 관련된 무언가를 우리 집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마블 영화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까? 마블 팬이라고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     


 또 예전에 해리포터를 좋아한다고 했다가, 해리포터 시리즈 책 색깔을 물어보길래 정말 당황했다. 그리고 마법사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 나를 쳐다보길래 정말 당황했다. (거기 마법사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요ㅠㅠ 전 해리포터 이야기랑 분위기를 좋아하는데요ㅠㅠ) 그러면서 내가 일본여행을 간 적이 있다고 하니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가보았느냐고 묻길래 가지 않았다고 대답하니, '너 진짜 해리포터 좋아하는 거 맞니?'라는 눈빛을 주길래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해리포터를 좋아한다고 했으면서 일본까지 가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안 가봤어?라는 느낌이었다.

이건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안 좋아하는 것도 아니여

100에 100만큼 좋아하진 않지만

50 정도는 좋아하는데 말이지요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괜히 혼자 멋쩍었던 그런 내 관심사들. 100에 100만큼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말하기 괜히 말하기 민망한 내 관심사들. 그래서 괜히 억울했다. 저 좋아하는 거 맞는데요!! 이거 이거 팬 맞는데요!!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적어보려고 한다. 어디 가서 '취미가 뭐예요?', '요즘 관심사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답해보는 나의 귀엽고 소심한 관심사들! 기대하시라! 100에 100만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50만큼 좋아해도 얼마나 그거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거다. 해리포터 책 표지색 다 모른다고 해서 해리포터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매번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가수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


남들은 애매한 애정이라 하지만 나에게는 확실하게 애정 주고 있는 관심사들에 대해 당당하게 말해볼 테야.

자꾸 무색무취라고 하는데 좋아하는 거 많아요. 막 엄청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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