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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an 10. 2024

마지막 보이스카우트

돈 받으면 프로

어렸을 때 형제도 많고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보이스카우트 단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뻣뻣한 질감의 푸른색 계통의 보이스카우트 옷을 입고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엄마를 졸라서 보이스카우트에 가입했었다. 그리고 여름 캠프에도 참석하여 담력캠프도 하고 친구들과 캠프파이어도 즐기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딱 1년의 보이스카우트를 경험하고 그다음 해부터는 가정 형편으로 그만둔 기억만 남았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별로 배울 게 없다고 말했던 기억이 남는다.


2023년 명동에 가족과 외출한 날 세계 곳곳의 스카우트 복장을 입은 청춘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보리에 참석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라고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누구의 잘못인지 모를 정도로 서로의 탓만 하면서 끝나버린 행사라 관련된 자들은 모두의 기억에서 잊히게 언급하지 않는 것을 바라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재난을 극복하기보다는 빠르게 지워버리는 걸 선호하는 국가체계가 아닌가. 어차피 기관장들은 매년 바뀌고 실무진들도 파견 나와서 행사가 끝나면 자신의 원소속으로 돌아가면 그 누구도 답변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구전으로 떠도는 민담 같은 과거가 될 뿐이다.

"국가적 망신과 세계 보이스카우트 단원들의 도탄에 빠진 잼보리를 뉴진스가 구했다!"


보이스카우트가 어려서는 소년들의 모험정신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환상의 과정이었으나 나이가 들어서는 비난에 사용되는 비유의 대상이 된 느낌이다. 흔히 직장에서 듣게 되는 말 때문이라 생각한다.

"넌 직장이 보이스카우트인 줄 아냐!"


사실 직장에 나와서 자원봉사에 사진 촬영하러 나온 정치인처럼 구는 사람들이 보통 이런 비난의 말을 한다. 정작 본인들은 월급 루팡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은 말투에서 이 조직에 제정신인 사람이 나뿐인가 하는 외로움마저 느껴진다. 역시 개(犬)는 개(犬)들끼리 통하는 뭔가가 분명히 있나 보다. 옛날 속담은 현재까지도 통해서 속담인가 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나의 일을 통해 세상에 어떤 의식을 전할 것인가 p.156

돈을 받는다는 건 프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합에서 이겨야 하고, 시합을 봐주는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줘야 한다.

프로라면 시합에 나가는 매 순간에 그런 의식이 필요하다.

《인생은 순간이다》(김성근, 다산북스, 2023.11.15.)


리더는 아랫사람에게 프로세스를 모두 전수해 키우며, 조직원들 모두 프로세스를 갖고, 성과를 내기 위해 프로세스를 깨닫게 해주는 세 가지 일을 전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리더는 열성과 집념을 가지고 방법을 집요하게 찾아 길을 만들어 조직을 이끈다는 노(老) 감독의 원칙이 왜 이리 가슴에 남는지 알 수 없는 날이다.

"병사들은 장수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뒷모습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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