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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an 17. 2024

소음 속에 진정

우리 동네에 미친놈이 나타났다

소방서가 근처에 있어서 자주 출동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우리 동네에 언젠가부터 우리 동네에 소방차가 아닌데 커다란 나팔 같은 스피커를 2개 이상 달고 다니는 차가 등장했다. 예전에는 보통 봉고차에 고장 난 컴퓨터를 산다고, 제주도에서 신선한 갈치가 왔다고, 산지에서 신선한 과일이 왔다고 방송을 하고 돌아다니는 차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저녁 웅얼거리는 스피커 소음에 창문을 열어보니 끔찍한 말을 하고 있었다.

"나를 믿지 않으면 영원한 불구덩이에 빠질 것이다!"

사실 희망차거나 은혜로운 말이 아닌 저주의 말로 전도를 한다는 자체가 혐오스럽다. 이어지는 말도 혐오와 차별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라 놀랍기까지 하다.  내가 보기엔 그저 쓸데없이 넘쳐나는 이단 중에 하나인데 시끄러운 교회차에 불을 질러 화형 시키는 상상을 해버렸다.


최근 막말을 밥먹듯이 하는 목사처럼 대한민국 교회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종교인이라기보다는 직업인으로 느껴진다. 예전에는 전도하는 사람들도 흔하게 만날 있었지만, 최근에는 혼자 걸어갈 뜬금없이 '뭐 물어볼게요.'라는 멘트로 접근하여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2인조 정도만 가끔 있다. 코로나 시기와 묻지마 범죄로 인해 모르는 사람의 접근은 두렵기까지 하다. 그리고 교회에 가보면 노령화가 심각하여 젊은 사람들을 없는 것도 대면 전도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번주 교회 주보의 소식란에도 누가 소천하셨다는 사망 소식만 가득하다. 과거에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영업방식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새로 생긴 헬스클럽 오픈 전단지를 제외하고 전단지 영업을 하는 사람도 보기 힘들고 전단지를 받아주는 사람은 더욱 보기 어렵다.


내가 주체가 되어 믿어야 한다 p.69

힘들거나 약한 자에게 신앙이 희망의 횃불이 되어 활기차게 살도록 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과신으로 번져 오류를 범한다면 무지를 넘어 죄악이 된다. 극히 조심할 일이다.

신앙을 갖더라도 내가 주체가 되어야지 신앙의 노예가 되듯 믿었다가는 득보다 실이 많다.

《나는 현명하게 나이 들고 싶다》(장성숙, 비타북스, 2023.12.01.)


아무리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지만, 자신의 마음대로 성경을 해석하고 타인을 벌할 수 있다는 오만함과 타인의 휴식을 방해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아무튼 해가 진 밤에 자신이 벌을 내릴 권리라도 있다는 듯 계속 지옥에 떨어질 거라는 저주를 하고 돌아다니는 차의 소음을 통해 창문을 닫고 있는 겨울에도 이 정도인데 여름이 오기 전에 귓가에 앵앵거리는 모기보다 이 차를 먼저 처리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에 빠진다.

"당신이 시끄럽게 해서 주변을 이미 지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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