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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an 24. 2024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각자 다른 생각에 빠지다

회사에서는 참으로 많은 회의를 해낸다. 가끔 회의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은 회의형 인간으로 거듭난 나비족이 아닐까 싶다. 회의를 많이 하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지만 실제적으로 정리하는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실제 업무를 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회의는 짧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 직장인의 태도라는 글은 강한 리더십과 상황을 모두 아울러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는 나의 조직 현실에서 보기 쉽지 않다. 오죽하면 회의 시간에 노트를 가져와서 메모를 넘어 필기를 하고 있나 싶다.


회의의 꽃은 기획부서가 아닌데 쓸데없는 생각들의 말잔치인 브레인스토밍 회의가 아닐까 싶다. 꽃으로 함부로 사람을 치지 말라는 말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격언이라고 느껴지는 회의이다. 요새 인기가 있는 〈고려거란전쟁〉에서 거란군이 몰려오자 고려의 황제와 신하들은 대책을 모색한다. 드라마에서는 '강감찬'이라는 인물이 웅성거리면서 의사결정을 못하는 분위기에서 '오은영' 박사님 같은 상황 분석과 정리를 도맡아 현명한 결정을 이끈다. 아쉽게 우리 조직에서는 이런 인물이 없어 항상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이 환장할 회의는 보통 '다음 회의에서 더 논의하기로 한다.'라고 결론을 내리며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가 아니라 만나 만담을 위한 회의가 아닌가 싶은 의심을 확신으로 만든다.


서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유인물을 보면서 서로 각자의 말을 한다. 흡사 외국에 어학연수를 가서 만난 다른 나라 친구들처럼 더듬더듬 영어로 말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쉽지 않은 상황과 유사하다. 우린 왜 같은 내용으로 같은 회의를 하면서 서로 다른 말을 하며 시간을 낭비할까 하며 모두 의자에 기댄 자세로 변화하면 회의는 끝난다. 평소에는 택시를 기다려야 하는지 호출해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저들이 회의실을 떠나며 나를 이사한 사람이라고 하며 돌아갈 미래가 선명하게 보였다.


낭만적 오해 p.35

"모든 독서는 기본적으로 오독이지 않을까?"

마치 10년째 집 나가 있던 남편이 돌아와서 "우리 그래도 그때는 사랑했잖아."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듣는 아내의 기분이었다. 뭐라고? 우리가 사랑했었다고? 우리가? 언제? 내가 이 남자를? 이 남자의 어느 구석을? 그러니까 그날 밤 내가 '이해'했다고 믿는 문장은 어쩌면 나의 철저한 '오독'에서 비롯된 일일 수도 있다.

《모든 요일의 기록》(김민철, 북라이프, 2015.07.10.)


모든 사람은 자신의 배경지식대로 신념대로 해석한다. 그래서 오독이 독서의 일부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성경을 제멋대로 오독하는 사이비가, 우연을 능력으로 포장하여 러시아 제국을 국정농단한  '그리고리 라스푸틴'처럼 농단(壟斷)을 일삼는 간신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도, 나의 조직의 회의가 항상 산으로 가다 모두 지쳐야 끝나는 이유도 우리가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개소리의 향연 속에서 어린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하지 못하면 정확히 모르는 것이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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