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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Mar 15. 2024

노년의 슬픔

건강검진

부모님이 건강검진을 받고 오셔서 괜히 화를 내신다.


"싸늘한 공기가 나에게 느껴졌다."

주말 저녁에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매운탕을 들고 부모님 집을 방문하였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적은 용돈을 드렸는데 아버지는 괜히 나에게 짜증을 부리시며 가져가라며 다시는 이런 용돈 주지 않아도 된다고 소리치신다. 무슨 일 때문에 언짢으실까 하지만 궁금하지만 이런 순간에는 그저 집에 빨리 오는 게 답이라 생각하여 그냥 돌아왔다. 평소에도 나도 아버지와 대화가 많은 편도 아니고, 대화가 길어지면 훈계의 말투인 아버지를 버티기 힘들어하는 아들이었기에 이런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하다.


"노인에게 소리를 지르니 당황스럽더라."

며칠이 지나서 왜 분위기가 안 좋았는지 알게 되었다. 올해 건강검진 대상자가 되시는 부모님은 주말에 건강검진을 받으셨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고액의 건강보험료를 내고 유일하게 2년마다 받는 혜택이 건강검진뿐인데, 병원 입장에서는 기본 검진만 받는 노인들은 사람이 몰리는 토요일에 달갑지 않았을 것 같다. 부담금을 지불하는 추가 검진 항목들의 안내가 있었고, 기본 검진만 받겠다고 하니 병원에서 행동 반응이 느려진 자신에게 빨리 이동하라고 소리치는 상황을 당황하며 돌아오셨다고 한다. 기존에는 자식들이 건강검진은 무료라고 안심시키며 비용을 부담한 건강검진 패키지를 이용하셔서 좋은 대접을 받으셨다가, 올해 달라진 상황을 겪고 오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의료 서비스도 돈을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느냐에 따라 친절한 대접을 요구할 수 있다. 평생 돈을 아끼시기만 하시는 부모님에게는 이런 대우가 서운하기만 하실 것 같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다수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는 있다."

사실 돈을 지불할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서비스가 구분된다. 소액을 지불한 소비자에게는 불편한 서비스를 감내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다들 사람들이 돈을 신앙처럼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 돈을 벌겠다고 관심을 가지고 사는 것 아닐까 싶다. 나를 돌아보았을 때도 다행스럽게도 돈만 있다면 나의 걱정들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돈만 많이 벌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말 한마디도 온도감 있게 p.147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으로 ‘좋은 말’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고힘축용사’란 “고마워요”, “힘내세요”, “축하해요”, “용서하세요”, “사랑해요”의 앞 글자이다. 참으로 소중하고 따뜻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돈 공부 전에 일 공부 끝장내기》(윤홍준, 윤아현, 리더북스, 2023.09.12.)


살면서 별로 감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사랑하지 않는 고객에서 인사말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좋은 말을 많이 하다 보면 가정도 사회도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고생하는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고마워요, 힘내세요, 축하해요, 용서하세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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