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ader Mar 25. 2024

어디에 물어봐야 하나

위탁의 위탁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으나 지금은 상담사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답변을 통화 연결 3분 42초 후에 겨우 듣게 되었다.


"잘못된 접근으로 처리가 불가합니다."

너무나 많은 기관에 ID와 PASSWORD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나라는 증명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나의 개인정보는 여기저기 값싸게 돌아다니지만 막상 내가 나라는 증명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다. 내가 아닌 남들은 나를 사칭해서 많은 것들을 척척 해내는데 나는 나를 인증받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누구에게 원망을 해야 하나 싶다. 기관에 문의를 하였으나 홈페이지는 별도로 관리한다고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다른 번호로 전화를 하니 엄청나게 길고 긴 안내가 나오고 자신의 원하는 항목을 잘 듣고 번호를 누르라고 한다. 이 항목이 맞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번호를 누르니 다시 연결음이 들리지만 긴 연결음 이후 들리는 목소리는 '지금은 통화가 불가하다.'안내음뿐이다.


"차라리 직접 교육에 참가하면 안 될까요?"

코로나19 이후 공식적으로 이수해야 할 교육들이 현장 방문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연간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수많은 사이트들의 비밀번호를 찾기 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잘못된 접근 오류 메시지가 나오면 한숨만 난다. 스마트폰 사용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버지도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매년 교육을 온라인으로 듣고, 동영상 수업을 끝까지 듣고, 이수하고, 이수증을 발급받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시면서 도대체 이런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어른들은 자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쉽게도 자녀도 자신의 눈앞의 상황에 여유가 없다. 가끔 다급한 요청에 가보면 리모컨의 외부입력 버튼을 잘못 누르면 TV가 안 나온다는 설명을 반복하다가 그냥 전화하라고 말하고 돌아선다.


"다양한 대안이 제공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효율성, 효과성을 따져 많은 일들이 변화하고 있다. 운영을 하다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많은 일들이 위탁의 위탁으로 진행된다. 그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며 모두 수수료를 플랫폼에 제공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도 사람이 운영하고 사람이 사용하는 구조이면 좋겠지만, 이 플랫폼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알고리즘이라는 방식으로 작동되며 알고리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일들은 소수의 특이사항으로 치부된다. 결국 어렵고 긴 대기를 버텨 상담원과 연결되어야 해결되는 일이 다수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만 현재 우리는 선택의 권리가 없다.


1) 실패를 용인해야 발전한다 p.211

제가 조직에 바라는 점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어떤 변화를 시도하면 무조건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것이 크든 작든 말이죠. 하다못해 취합 서식만 바뀌어도 싫어합니다. 복사, 붙여 넣기를 못하기 때문이죠.

이건희 회장의 ‘뒷다리론’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1993년 6월, 프랑크프루트 회의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크게 변할 사람은 크게 변해서 기여하라. 작게 변할 사람은 작게 변해서 기여하라. 변하지 않을 사람은 그냥 변하지 않고 있어라. 다만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많은 조직에 꼭 필요한 말입니다. 새로운 변화를 응원해 주는 문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어야 조직이 발전할 테니까요.

《홍보의 신》(김선태, 21세기북스, 2024.02.21.)


실수도 응원하고 용인하는 문화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는 문화가 된다. 모두 실수하고 실패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실수나 실패를 통해 실패자라는 낙오 대신에 실수를 통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야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효율성만을 추구하여 모두 정신없이 달리기만 하는 사회에서 비용을 떠나 옆으로 가는 사람들을 위한 관심도 그리고 옆으로 달릴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하루이다.

"비용을 떠나 사람을 우선시하는 문화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는지 야속하게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하기 싫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