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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Apr 29. 2024

다 안다는 거짓말

모르는 게 창피한 건 아니라는

내가 정말 알고 있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날이다.


"말 안 해도 다 알지?"

척하면 척이지, 찰떡같이 말해도 콩떡같이 알아듣지 등등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알아야 한다는 분위기에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지만 말하지 못했다. 그때 조금 용기를 내서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면 사실 날리는 시간을 조금은 아낄 수 있을지 모른다. 묻기 두려운 존재가 있어서 열심히 삽질을 하고 더 혼나는 경험은 군대부터 이어지고 있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지 않아 결국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또 잘못 알아듣고 삽질했다고 혼난다. 그래서 상대가 기분이 나쁘지 않게 다시 질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 그렇구나."

아이와 말을 하다 보면 나와 다른 문화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그러는 게 유행이야?' 또는 '요새는 다 그런 거야?'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아이는 자신의 말을 끊고 중간에 끼어드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무조건 하고 싶은 말을 다 들어주고 대답을 해준다. 사실 아이가 나한테 말하는 것은 대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하는 말이 대다수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나의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저 들어주고 그렇구나 대답할 뿐이다.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나도 나름 정보를 여기저기서 구해서 나름 분석하고 예측하고 모자란 부분을 상상하고 살아왔는데, 막상 현실에서 전혀 다른 모습의 상황을 마주하면 힘이 빠진다. 그때 나의 수많은 정보와 예측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사실 다리가 풀리는 심적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도 주저앉아 있으면 정말 스스로 무덤으로 들어가는 기운이라서 새로운 조건을 검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한다. 지난 주말 내내 나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다양한 가정과 변수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_나는 나를 더는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나를 괴롭히지 않는 법 p.72

그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갖추지 못한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괴롭히지 말자고 다짐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활동 반경을 넓혀가야 한다고만 여겼는데, 정작 행복은 ‘우물을 벗어나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개구리임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비롯되지 않나, 하는 깨달음. 내가 ‘나’여도 괜찮아, 개구리여도 괜찮아.

“올해는 더 힘들지 몰라요. 그래도 우리 애쓰고 있잖아요. 우리 모두 본인에게 친절하기로 해요.”

《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이언주, 비채, 2024.02.01.)


살다 보면 내가 계획하지 않은 엉뚱한 길로 빠져 걷고 있는 상황이 있다. 그때 그 길을 돌파할 것인지, 재빠르게 돌아온 길로 돌아올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어느 길로 가든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있다. 다만 시간과 에너지의 소비가 다를 뿐이다. 가성비가 중시되는 세상에서 문제의 해결을 중심으로 바꾸면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다만 잘못된 길에 들어선 자신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이왕이면 빠르고 짧은 지름길로 가고 싶지만, 목적지를 잊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우선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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