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메뉴 알림
아침 일과는 휴대폰으로 6시 50분에 오는 아이의 급식 알림을 확인하여 오늘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는지 생각하며 시작한다. 직장 근처에 맛집이 없는 나로서는 아이의 점심 급식 메뉴가 부럽다.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는 날 아이는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씩씩하게 학교에 간다. 흡사 오늘의 운세에서 운수 좋은 날을 확인한 것과 유사하다. 나는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어야 하나?
"오늘의 운세 73점 대인관계에 주의! 대립이 있을 수도 있어요."
아침 8시가 되면 나의 오늘의 운세 알림이 울린다. 운세가 좋은 날에 좋은 일이 생기지 않는 날도 많았고, 운세가 나쁘다는 날에도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아 사실 큰 믿음은 없다. 가끔 밤에 포교활동을 하는 2인조를 만나는 날에는 그냥 더 이상 재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정도이다. 그런데 저런 2인조는 보이스피싱처럼 참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하는구나 싶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싶다.
"마음이 복잡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야!"
아내가 최근 마음이 복잡한지 새벽마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러면서 머리만 대면 잠드는 나를 부러워한다. 가끔 나도 마음이 복잡한 날이면 잠을 설치곤 한다. 그래서 매일 술을 마신 날도 있었다. 너무 괴로운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 속이 답답했던 생각이 났다. 그래도 머리만 대면 잠은 온다. 나는 정말 복을 받았나 보다.
사이비 가려내는 법 57
자기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인생이란 누가 대신 살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굿이나 부적으로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의 위안이나 심리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나친 믿음은 금물이다.
《사주명리 인문학》(김동완, 행성 B, 2019.04.10.)
인생도 오늘의 운세도 오늘의 급식 메뉴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날도 있다. 가끔 답답하고 속상하지만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나 기대하고 넘어간다. 정말 고민과 걱정 후에 평온이 찾아오는 게 인생이 아닐까 믿어본다. 이런저런 걱정이 있다고 아이에게 말하니 아이는 나보다 더 어른 같은 말로 대답한다.
"그냥 받아들여. 그러다 보면 저절로 해결되는 게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