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안 걸린다는데
사무실에 여름 감기로 콧물을 훌쩍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했나 보네요."
더운 여름날 땀과 콧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병원에 갔더니 비염도 있고 찬바람을 최대한 피하라고 권한다. 그러고 보니 최근 같은 사무실 사람들 모두 코를 훌쩍이거나 재채기를 연신하는 분위기였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서 모두의 체온이 다르듯이 내 마음대로 온도를 높이거나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 여름철 땀나고 짜증 나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도 나름 천국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집에서 코를 훌쩍이고 연신 코를 풀고 있으니 단단히 감기에 걸렸구나 하면서 아이에게 옮기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도 이미 코가 꽉 막힌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 여름철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나는 개보다 못한가 살짝 억울해졌다. 뜬금없이 박열의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라는 시가 생각난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 박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나도 밥벌이를 하겠다고 나의 의지와 다르게 무더위에 출근하여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감기에 걸려 콧물을 흘리고 있으니 어찌 보면 비참함이 개와 비슷하구나 싶다. 그런데 개도 콧물을 흘리던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개와 다르게 수동적이 아닌 주체적으로 나의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병원을 나오면서 다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