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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ul 31. 2024

휴가

고진감래

기다리던 휴가인데 벌써 사무실이 그립다니...


"에어컨이 이상한데..."

휴가 첫날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서 방문이 어려웠던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는 길 차는 찜통으로 변한다. 안 그래도 날씨도 더운데 창문을 열고 달려도 뜨거운 도로의 열기와 소음만 차로 들어올 뿐이다. 이 무더위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아무래도 차를 일주일 이상 맡기셔야 할 것 같네요."

급하게 장본 물건들을 집으로 옮기고 차를 끌고 서비스센터로 간다. 다행스럽게 보증 기간이 남아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일주일 이상 차를 맡기고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휴가 시작부터 이상하게 꼬여간다. 계획이야 변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으라고 하지만 여름휴가는 생각과 많이 다른 길로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차가 없으면 더운 여름에 이동이 힘들어진다.


"여유롭게 짠 일정이 빡빡해진다."

온 가족 예약했던 미용실 방문을 위해 지하철을 다. 공항 가는 사람들이 여행가방을 끌고 기쁜 얼굴이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서둘러 출발했더니 20분 정도 일찍 도착할 것 같다. 그런데 미용실도 앞 예약 손님의 일정이 어긋났는지 20분 정도 늦게 방문해 주길 요청한다. 미용실 아래층 커피숍에서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미용실에 올라간다. 첫 일정에서 밀려서 점심 식사 예약도 시간을 맞추기가 빡빡해진다. 부랴부랴 예약한 장소로 달려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아이의 학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이동한다. 아이는 이미 학원 시작도 전에 지쳐버린 것 같다.


07 내가 만만하지 p.72

통제 없는 분노는 수없이 많은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 _데모크리토스

감정을 잘 다스리려면 행운을 움켜쥘 줄도 알아야 하지만 불운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불운의 크기를 줄여서 받아들이고, 행운은 크기를 키워서 받아들인다.

《기분이 습관이 되지 않게》(한창욱, 다연, 2023.10.10.)


인생 계획대로 되는 것도 있고 계획과 다르게 다른 길로 우회하기도 한다. 휴가인데 하루종일 땀을 흘리면서 뛰어다니니 시원한 사무실이 차라리 그리워진다. 이번 여름휴가에 가기로 했던 양평의 '옥천냉면'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시원한 냉면에 완자는 이번 휴가에 맛볼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집 근처에 냉면 맛집을 찾아보기로 한다. 또 그러다가 인생 맛집을 찾게 되는 거 아닐까 기대해 본다.

"계획과 다르게 돌아가는 것이 인생의 다른 묘미라고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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