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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Sep 11. 2024

자판기처럼 누르면 욕이 나와

Don't Push Me

나도 모르게 뜨거운 욕설이 입 밖으로 다다다 튀어나왔다.


"내가 이렇게 욕을 하는 사람이었던가?"

쌓였던 감정이 갑자기 목구멍 밖으로 봉인이 해제된 것처럼 나온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계속 욕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한편으로는 창피하고 한편으로는 어색하지만 여전히 화나는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날은 욕이 입 밖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이를 악물고 입을 꾹 닫아본다. 살다가 이렇게 좋은 소식은 하나도 듣지 못하고 피로함만이 계속 이어지는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없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누군가의 사정을 이해하거나 상황을 헤아릴 수 있는 넉넉함도 없다. 지금까지 뭐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또다시 울컥 올라온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불쑥 흐르는 땀에 또 욕을 한다. '빌어먹을 이런 XX!'


"욕받이는 싫습니다만..."

누군가의 갑질이나 화풀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입장이 되면 평소라면 도망갈 수 없다면 그냥 웃어 넘어갔다. 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참기 어렵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해서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내가 미안하지 않은데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싶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소리와 같이 말이 안 되지 않을까 싶다. 같은 하소연을 하는 것도, 왜 해결되는 것이 없냐는 말을 듣는 것도 무한 반복되니 듣기 싫다. 좋게 해결하려고 해도 욕을 먹는 상황이라면, 나는 운명적으로 화풀이를 당해야 하는 팔자인가? 나도 모르게 잠시 수긍할뻔하다 다시 가슴 깊은 곳에서 깊은 빡침이 튀어나오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결과는 이제 운명에 맡겨야 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욕을 먹어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최대한 거리를 두고 멀리하겠다.


"내가 예전부터 누누이 말했잖아!"

과거부터 자신은 다 말했다고, 수없이 경고했다고 말은 쉽게 한다. 원망과 비난이 쌓여 근본 없는 김밥처럼 다 같이 말려버린 인생을 사는구나 한숨만 난다. 이런 기분은 몽땅 모아서 어딘가에 묻어 봉인해야 하지 않을까 상상한다. 이런 상황이 사람을 더욱 삐뚤어지고 싶게 만든다는 것을 알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가끔 일부러 그런 건가 의심도 한다.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난을 멈추지 못해 계속 반복하는 것이라면 나에게도 비판에 비판을 곱해 전달하고 싶은 욕망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굳이 꺼내는 이유는 꼭 지적질을 해서 자신의 선견지명이나 우위를 증명하고 싶다면 다음부터 잊지 말고 말하지 말고 스스로 직접 해결하시길 추천한다.


014 험담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p.228

타인의 일을 비웃거나 재미있어해서는 안 된다.

남을 욕하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면,

모두에게 미움받을 뿐이다.


남 얘기를 즐겨하는 자를 둘러싼 사람들은

단지 그를 재미있어할 뿐이다.

욕을 하면 그 말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하라.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바르게 살지 마라 무섭도록 현명하게 살아라》(발타사르 그라시안, 김종희, 빅피시, 2024.05.16.)

https://blog.naver.com/mvpsoon/223538120551


참으려 노력하지만 자꾸 머릿속에 가득 찬 부정적인 기분이 흔히 말하는 감정을 휘둘러 정신을 어둡게 만든다. 병원에 가려고 하면 휴진 중이고, 수리를 맡긴 자동차의 서비스센터는 파업을 한다. 이런 날에는 최대한 혼자 시간을 갖고 사람들과 말을 섞지 않으려고 동굴을 찾아 숨어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을 아낀다. 수시로 부정적인 생각을 의도적으로 머릿속에서 날려버리고자 '후후후' 크게 숨을 뱉는다. 더 이상 입 밖으로 욕설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푸른 하늘의 구름 같은 마음의 평화를 상상하려 호흡에 신경 쓴다. 젠장 비 오네!

"말을 안 하려고 참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날은 초록색으로 변신한 헐크를 만난 사람처럼 잔소리를 멈추고 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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