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돈만 보이네
든든하다는 글을 읽으며 돈돈하다고 말한다.
"살면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가장 쉽다."
술자리에서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돈이 세상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주장부터, 돈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니 돈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다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뭐 가치의 문제이니 정답이 있을까 싶었다. 그때 나이가 많은 선배가 '살면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가장 쉬운 문제야. 문제는 돈이 없어서 고민고민한다는 거지.'라고 말한다. 다들 우리나라는 돈만 있으면 참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더니 그래서 다들 '돈돈' 하는구나. 하긴 돈만 있음 참 편한 세상이다.
"든든하다는 말이 돈돈하다는 말로 보인다."
'돈돈하다?' 네가 있어 든든하다는 글을 읽으면서 돈돈하다고 읽어서 다시 졸린 눈의 초점을 맞추고 보니 '돈돈하다'가 아니라 '든든하다'라는 말이었구나 싶다. 다들 돈이 얼마만 있으면 더럽고 치사한 이 직장생활을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돈만 있으면 살고 싶은 집으로 속 편하게 이사 갈 수 있을 텐데 생각하고 있었다. 사무실 앞자리 직원이 타고 다녔던 경차를 바꾸고 싶다고 노래하더니 이번 주말에 800만 원에 샀던 차를 600만 원에 팔고 SUV 중고차로 갈아탔다고 자랑한다. 예전부터 타고 싶던 차를 겨우 중고로 바꿨다며 돈만 있었다면 자신의 책상 위에 장난감 모형으로 전시중인 드림카를 살 텐데 한다. 의사결정에 돈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언젠가는 드림카를 꼭 사는 날이 올 거라고 응원해 본다. 로또만 당첨되는 이깟 드림카를 색깔별로 살 수 있으려나?
"퇴직은 하고 싶지만 먹고사는 게 걱정이네요!"
점심 먹고 커피를 들고 산책을 하는데 옆자리 직원이 퇴직하고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을 꺼낸다. 자신의 다른 형제들은 모두 걱정이 없어 보이는데 자신은 여전히 직장부터 모든 것이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아직 퇴직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 말은 했지만 나도 '퇴직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회사는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내보내기만 해서 일은 점점 늘어만 간다. 일도 많아지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남 걱정을 듣고 있으니 내 걱정이 밀려온다. 걱정이 전염되는 기분에 나는 스스로 삶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하였구나 싶었다.
공정한 수단으로 벌 수 있다면, 돈을 벌어라. 공정한 수단으로 벌 수 없다면, 그래도 어떻게든 벌어라.
_ 호라티우스
잘 살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상실하기 전에 자본을 모아 활용해야 한다. 오래 일을 하였지만 여전히 노동력을 통한 근로소득에만 의지하고 살고 있어 걱정이 끝나지 않는 나를 마주하게 되는 하루이다.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드렸을 때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꾸준히 돈을 벌어야겠구나 싶다. 자본주의에 살면서 근로소득으로 어느 자리에 오르면 부자가 될 것이라고 착각했던 젊은 날이 스쳐 지나간다. 예전에는 '돈돈'거리면 속물이라고 비난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현명한 사람으로 대우가 많이 변하였구나 싶다. 영화처럼 나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나에게 뭐라고 말해줄 것인가 잠시 생각해 본다.
"나중에 든든하려면 젊었을 때부터 돈돈했어야 하나 싶은 날입니다."